김에 삽겹살 싸먹는 태국…‘김’서방 수출효자네~
지속가능한 건강식품으로 주목
태국 등 해외 김스낵 시장 기회


# 9월30일 저녁 8시 태국 푸껫에 있는 한국식 삼겹살 무한리필 전문점. 큐알(QR)코드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니 점원이 밑반찬과 함께 한국 조미김 한묶음을 가져왔다. 한국인보다 현지인들로 붐비는 이곳에서 상추·깻잎이 아닌 김을 집어 삼겹살 쌈을 싸먹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식당 점원인 A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먹는 장면을 보고 현지인들이 호기심에 왔다가 단골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김은 먹어도 쉽게 배부르지 않아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삼겹살과 먹기 제격이다”고 설명했다.
김이 수출효자로 자리 잡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수출액은 2012년 2억3000만달러(3076억2500만원)에서 2022년 6억5000만달러(8693억7500만원)로 꾸준히 상승해 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으로 입지를 굳혔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2019년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조류 섭취가 이산화탄소 흡수 등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라는 영문명에서 보듯 해외에선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식품이었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수출형태는 크게 세가지다. 김 해초를 얇게 펴서 말린 ‘마른김’, 마른김에 기름을 발라 굽고 소금을 뿌려 간한 ‘조미김’, 마른김을 과자형태로 가공한 ‘김스낵’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은 조미김이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 대상국이 2010년 64개국이었던 것에서 2022년 111개국으로 늘었다.
태국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와 함께 한국 김을 수입하는 주요국 중 하나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김 수출액은 미국이 1억4936만달러, 일본은 1억854만달러, 중국은 9628만달러, 태국은 4440만달러, 러시아는 4149만달러다.
태국의 김 사랑은 대단하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어디를 가든 과자류 매대 전체가 김스낵으로 가득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을 밥반찬으로 먹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태국을 비롯한 외국에선 김을 안주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태국의 김스낵 시장규모는 연 80억 바트(약 295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타오카애노이(Taokaenoi)’를 필두로 싱하, 캐피털 트레이딩 등 10여개 업체가 20여종이 넘는 브랜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바비큐·똠얌꿍·매운맛 소스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김스낵을 출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김을 즐겨 먹는 태국이지만 김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 김은 낮은 수온에서 잘 자라는 해조류인데, 동남아시아의 기후와 생산여건은 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김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뿐이다. 태국은 김스낵의 원료로 마른김 대부분을 한국에서 들여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마른김 수입시장의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90.2%, 중국이 8.8%, 일본은 0.7%다. 한국산 김이 품질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양수산부와 aT가 지난해 태국 현지인 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3%가 한국산 김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 김은 간장과 설탕으로 맛을 낸 일본 조미김보다 풍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산은 중량감이 높아 두꺼운 편으로 식감이 좋지 않고, 이미 2차 가공을 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김스낵으로 가공하는 데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병락 한국김수출협회 부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김 생산량은 일본과 중국을 합한 것보다 많다”며 “원료 공급 자체가 많기 때문에 일본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다양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른김·조미김의 원료로 사용되는 ‘방사무늬김’의 국내 생산량은 2020년 기준 54만 t으로 한국이 1위다.
김은 양식·가공·유통 등 모든 단계가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출이 늘면 국내로 돌아오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김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수출액 1억달러당 24.5명으로 다른 품목에 비해 높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김 산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이유다.
해수부는 수온 상승에 강한 종자를 개발하고 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진흥 계획을 통해 김 수출액을 2027년까지 1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국내 김산업의 문제점으로 ▲정책지원 부족 ▲품종개발 미흡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 보강 필요 ▲생산·가공업체의 영세성 ▲전문인력 부족 ▲가공업계간 경쟁심화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도 위협요소다. 김은 해조류 가운데서도 낮은 수온에서 자라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생산·수확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면 김 생산시기도 그만큼 단축된다. 최병락 부장은 “수온이 상승하면 김 엽체에 기생해 발생하는 갯병 발생률도 늘어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고수온에 잘 자랄 수 있는 종자개발 등 관련 분야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촌 고령화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0세 이상 어가인구의 비율은 1993년 15.67%에서 지난해 62.14%까지 높아졌다. 어업인 전체 10명 중 6명은 이미 고령인으로 10년 안에 은퇴를 고민해야 한다. 해조류 양식어가 수도 2007년 4444가구에서 2022년 2043가구로 감소 추세에 있다.
최병락 부장은 “우리보다 더 일찍 고령화를 맞은 일본에선 일손이 부족해 김 생산량이 차츰 감소하고 있다”며 “우리도 인력공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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