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번째 시즌 맞는 V리그, 주목해야 할 아시아 쿼터
2023∼2024 V리그가 14일 개막해 6개월의 대장정에 나선다. 남자부는 오후 2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한항공-현대캐피탈전, 여자부는 오후 4시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전이 첫 경기다.
V리그는 2005년 출범해 올 시즌이 역대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남녀 대표팀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부진으로 예전만 못한 분위기로 새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하지만 남자부 대한항공의 V리그 최초 4연속 통합우승 도전 등 배구팬의 기대를 모을 관심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올 시즌이 예년과 달라진 가장 큰 차이는 아시아 쿼터의 도입이다. 그동안 V리그 각 구단은 15명 내외의 국내 선수에 외국인 선수 1명으로 경기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아시아 쿼터를 도입해 외국인 선수 2명이 코트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쿼터로 V리그에 입성한 선수들은 국내 선수와 비교하면 낮은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의 경기력을 본다면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번 시즌 남자부가 평균 2억2900만 원, 여자부가 평균 1억5200만 원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점이 대중에 알려졌다. 동시에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V리그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아시아 쿼터가 V리그 연봉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V리그 남녀부 14개 팀은 일본과 대만,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아시아 쿼터를 영입했다.
남자부는 삼성화재와 OK금융그룹이 한국에서 성장한 몽골 국적의 에디(아웃사이드 히커/미들 블로커), 바야르사이한(미들 블로커)을 영입했다. 이들은 기량뿐 아니라 언어 소통 면에서도 다른 선수와 비교해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졌다. 현대캐피탈과 KB금융그룹은 대만 국적의 미들 블로커 차이페이창,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훙민을 뽑았다.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은 일본 국적의 아포짓 스파이커 오타케 잇세이, 리베로 이가 료헤이를 각각 선택했다. 약점을 보강한 6개 팀과는 달리 곽승석과 정지석, 정한용, 이준 등 아웃사이드 히터가 즐비한 대한항공이 데려간 필리핀 국적의 아웃사이드 히터 마크 에스페호는 의외의 선택으로 평가됐다.
여자부는 7명 중 3명이 태국 국적이다. 3명 모두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전체 1순위로 태국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영입했고 현대건설이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 한국도로공사가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정관장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를, 페퍼저축은행은 필리핀 미들 블로커 엠제이 필립스를 선택했다.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겸하는 일본 국적의 레이나 도코쿠를 뽑았다. 필립스는 미국과 필리핀 이중 국적 선수이며 레이나는 아버지가 가나 출신 혼혈 선수다.
GS칼텍스는 아시아 쿼터로 유독 골머리를 앓았다. 인도네시아 아웃사이드 히터 메디 요쿠를 최초 선발했다가 주전 세터 안혜진의 어깨 수술로 인해 태국 세터 소라야 폼라를 대체 선발했다. 하지만 이 선수가 새 시즌을 앞두고 임신을 해 다시 필리핀 국가대표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를 영입하는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아시아 쿼터는 오래전부터 V리그가 고민하고 준비했던 카드다. 도입이 논의된 초반에는 이들의 영입이 국내 선수의 입지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실력 있는 국내 선수의 수가 줄어들며 코트 빈자리를 추가 외국인 선수로 채우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팀에선 아시아 쿼터가 확실한 주전 카드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 이들의 활약이 순위 싸움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기대된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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