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30분이면 간다"…해외서 난리 난 영상 보니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국제우주대회 50분 강연… "4년내 화성 간다"
화성 기지 건설, 우주에 화물 500만t 보내야
100t 탑재 로켓 年1000회씩 수년간 발사를
전기차 산소 필요 없어, 달탐사 차량도 구상
로켓 초고속 여행수단, LA~시드니 30분 주파
“로켓은 지구상 가장 빠른 이동 수단입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타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드니까지 30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미래형 공간에서 수많은 관객이 화면 속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어눌하지만 확신에 찬 말투,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헝클어진 머리에 눈은 퀭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이날 머스크는 사회자에게 다른 직함으로 호명됐습니다. 스페이스X 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말입니다.
지난주 바쿠에선 제74회 국제우주대회(IAC)가 열렸습니다. 국제우주연맹(IAF) 등이 매년 개최하는 우주 학술 전시회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해 한국,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90개국이 참가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6월 IAF에서 ‘2023년 세계 우주상’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IAC 특별 연사로 참석한 듯합니다. 그는 50분간 스페이스X의 로켓 개발 현황과 우주 기지에 대한 열망을 쏟아냈습니다. 4년 내 화성행 로켓을 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남자는 왜 그토록 화성에 집착하는 걸까요. 이번 주 <테슬람이 간다>는 IAC 머스크 대담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지구 최강 로켓’ 스타십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두 번째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로켓 팔콘1 이후 15년 만에 성능이 900배 향상된 건가요?”
대담의 진행자 클레이 모리 IAF 회장은 스타십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스타십은 승무원과 화물을 화성보다 멀리 보낼 수 있게 설계된 우주 운송 시스템입니다. 1단의 부스터(슈퍼 헤비 로켓)와 2단의 우주 비행선(스타십)이 결합했습니다.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 급유’할 유조선 ‘스타십 탱커’도 구상 중입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십은 높이 120m, 지름 9m로 최대 150t의 화물을 적재합니다. 최대 100명이 탈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입니다. 스타십은 지난 4월 첫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기 위해 시험 발사했지만 4분 만에 공중 폭발했습니다.
머스크는 재발사를 위해 보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스타십의 재사용성을 강조했습니다. 1단 부스터와 2단 우주선 모두 발사 후 지구에 재착륙한다는 겁니다. “빠르게 재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로켓(Rapidly Reusable Reliable Rocket), 4R을 갖춘 스타십은 궤도 로켓의 혁명입니다”
“지구 궤도에 화물 500만t 올려야”
스페이스X는 각국의 위성 발사 등을 수주해 돈을 버는 민간 우주기업입니다. 달이나 화성 탐사를 한다 해도 우주비행사 몇 명이 타면 그만입니다. 왜 이렇게 거대한 로켓이 필요할까요. “스타십에 고래 몇 마리를 태우려는 겁니까? 어떤 가능성이 열릴까요” 진행자의 질문에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화성에 정착지를 건설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이 화성에서 자급자족하려면 대략 100만t의 화
물이 필요합니다. 지구에서 보낸 화물 중 약 20~25%만이 화성 표면에 도달할 겁니다. 지구 궤도에 500만t의 화물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적재량 100t 로켓을 연간 1000회 발사해야 10만t을 보낼 수 있습니다. 올해 팰컨9(스페이스X 주력 로켓)은 총 1600t, 내년 2500t을 궤도에 보낼 예정입니다. 아직 너무 적은 수치입니다”
“우주에 500만t, 믿을 수 없는 숫자군요” 헛웃음을 짓는 진행자에게 머스크는 대꾸했습니다. “네, 미친 소리죠. 하지만 이 수치를 달성 못 하면 우린 영원히 지구라는 단일행성 종족으로 남을 겁니다.
“달 탐사용 사이버트럭 보낼 수도”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부터 화성행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벌써 20년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비전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머스크는 4년 뒤 스타십이 화성에 착륙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구와 화성은 26개월의 주기로 가장 가깝게 접근합니다. 이 기간이 화성에 갈 적기입니다. 태양 반대편의 화성에 갈 순 없으니까요. 이를 계산하면 3~4년 내 화성에 도착할 겁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십이 지구를 출발해 화성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6개월입니다.
머스크는 스타십이 화성뿐 아니라 달 착륙도 가능하며, 태양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운송 시스템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성에 로켓 추진체 공장을 세우면 목성의 위성으로, 그곳에 또 추진체 공장을 지으면 토성의 위성으로 갑니다. 이런 식으로 해왕성 너머 카이퍼 벨트(태양계 주변을 도는 작은 천체)까지 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로선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실제 스페이스X는 화성 도달 계획까지만 공개했습니다.
그는 달 탐사용 ‘테슬라 로버’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2018년 우주 공간에 빨간색 로드스터를 로켓에 실어 보낸 것처럼 달에 사이버트럭을 보낸다는 겁니다. “문 로버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아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변 대기의 산소가 필요 없으니까요”
“로켓으로 대륙 간 세계 여행도 가능”
스타십은 우주여행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머스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스타십이 대륙 간 여행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켓은 항공기보다 연료를 10배 빨리 소모합니다. 스타십을 타면 LA에서 시드니까지 20분, 길어야 30분이면 도착합니다. 여객기로 14~15시간 걸리는 거리죠. 아침은 LA, 점심은 런던, 저녁은 싱가포르, 다시 LA 집에 돌아와서 잘 수 있을 겁니다”
한국으로 치면 오전 서울에서 스타십을 타면 30분 만에 파리에 도착해 쇼핑과 점심을 즐기고 오후에 귀가한다는 겁니다. 이론적으론 가능해도 실제 비용이 엄청나지 않을까요.
“결국 장거리 항공기보다 경제성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타십의 로켓 연료는 지구상 가장 저렴한 액체수소와 메탄올을 씁니다. 조종사가 없으니 파일럿 인건비가 들지 않아요. 비행시간 30분이면 기내식과 화장실도 필요 없습니다” 머스크의 이 말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우리 인류가 유일한 외계인”
대담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우주 업계의 많은 이들이 당신에게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IAC에 참석한 20~30대 젊은이들만 수천 명입니다” 진행자는 머스크에게 젊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 가장 영감을 얻은 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책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우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저 역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현실의 본질이 정말 궁금해요. 세상의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지구 궤도에 500만t을 올리겠다는 이 남자는 다짐하듯 말을 맺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제게 묻습니다. 외계인은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외계인의 증거를 본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 우주의 외계인입니다. 인류라는 작은 의식의 촛불이 광활한 어둠 속의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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