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을 벗어나야 해"…하버드 입학 시골소녀의 은하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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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소리에 묻혀 말하지 못한 내 고백이 저 하늘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는 은하수로 흘러갔을까."
몽골 초원의 밤하늘을 밝히는 은하수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노래.
"밝은 저 은하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네"라는 시경(詩經)의 구절은 어젯밤 누군가가 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보편성을 지녔다.
도시 아이들이 저녁 시간에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동안, 그녀는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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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여우비 소리에 묻혀 말하지 못한 내 고백이 저 하늘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는 은하수로 흘러갔을까."
악뮤(AKMU) 이찬혁이 만든 첫 노래 '갤럭시'의 일부다. 몽골 초원의 밤하늘을 밝히는 은하수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노래. 그는 몽골에서 유년의 한때를 보냈다.
이찬혁뿐 아니다. 은하수를 바라보는 건 인간의 속성이다.
"밝은 저 은하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네"라는 시경(詩經)의 구절은 어젯밤 누군가가 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보편성을 지녔다.
고대인이건 현대인이건 은하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유의 결과물이 신화와 이야기 속에 깃들어 있다.
우유의 길, 은의 강, 새들의 길, 사슴의 장애물, 미리내….
수많은 호칭과 별칭, 이야기와 꿈이 '우리은하'라 불리는 은하수에 담겨있다.
미국 천문학자 모이야 맥티어(28)도 옛사람들처럼 은하수를 바라보며 꿈을 꿨다.
어린 시절, 그녀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이혼한 엄마 손에 이끌려 펜실베이니아주 한 탄광촌에서 자랐다.
그녀가 자란 시골 마을은 궁벽한 곳이었다. 수돗물도, 히터도, TV도 없었다.
목이 마르면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추우면 장작을 패 나무를 땠다. 아프면 물을 마시며 견뎠다. 도시 아이들이 저녁 시간에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동안, 그녀는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봤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자 유일한 흑인이었던 그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인생이 훨씬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다.
입시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의 눈에 든 그녀는 명문 하버드대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그곳에서 천문학과 신화학을 공부했으며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컬럼비아대에서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맥티어가 쓴 '아주 사적인 은하수'(원제: The Milky Way)는 자신을 키워준 별에 대한 헌사다. 주인공은 우리은하다. 책은 은하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 에세이다.
우리은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은하수는 끊임없이 항성을 만들며 성장한다. 블랙홀이라는 내면의 혼돈을 견디고 다른 은하와 부대끼며 살아간다. 은하수의 삶은 저자가 지나온 생의 궤적과 비슷하다. 그녀의 생활은 늘 붐볐고, 마음은 혼란스러웠으며 주변인과도 갈등을 겪었으니까.
우주 이야기를 다뤘지만, 책은 일종의 자서전 성격을 띤다. 저자가 겪은 수치심도, 우주에 대한 사랑도,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까치. 김소정 옮김. 32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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