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돌 맞은 소양강댐] ① '한강의 기적 넘어 호반의 랜드마크로'

박주영 2023. 10.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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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 규모 사력댐…수도권 용수의 절반 공급
수몰 지역 실향민 아픔 딛고 관광산업 견인

[※ 편집자 주 = 강원 춘천에 소양강댐이 지어진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주역으로 불렸던 소양강댐은 이제 '호반의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합뉴스는 15일 소양강댐 50주년을 맞아 댐 건설의 성과와 과제, 신재생에너지로서의 미래를 조명하는 두 편의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소양강댐 전경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동양 최대 규모 사력댐, 국내 최대 저수용량을 자랑하는 댐…"

1973년 10월 15일 준공돼 15일 건설 50주년을 맞은 강원 춘천 소양강댐을 꾸미는 수식어들이다.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우리나라는 하상계수(유량이 가장 적을 때 비율과 클 때의 비율)가 커 수자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그대로 증발하거나 바다로 유실되는 수량이 대부분이었다.

1960년대 초반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서면서 용수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류 지점에서 12㎞ 떨어진 소양강 계곡에 댐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양강 다목적댐이다.

당초 콘크리트 댐으로 계획됐으나 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시공업체(현대건설)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력댐(암석과 자갈, 흙 등으로 만들어진 댐)으로 짓기로 했고, 1969년 10월 기초 굴착 공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당시로서는 동양 최대 용량의 사력댐인 소양강댐이 만들어졌다.

소양강댐 공사 당시 모습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길이 530m, 총저수용량 29억㎥ 규모로 국제 규격 수영장 116만개의 물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투입된 사업비만 321억원으로, 정부 연간 예산 규모의 6분의 1에 달했다.

소양강댐이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는 생활·공업·농업 용수는 일평균 332만t으로, 1천100만명이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용수 전체의 절반(45%)을 공급하고 있으며, 소양강댐 수위가 역대 최저치인 155.46m를 기록했던 1978년에도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지원해 가뭄 해소에 기여했다.

1981년 7월과 1984년 9월 기록적인 홍수로 한강이 범람 위기에 처했을 때는 최대치의 물을 가둠으로써 한강 홍수를 막는 최후의 보루가 됐다.

소양강댐으로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근대화의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빛만 남긴 것은 아니다.

반대편 그늘에는 마을 수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있었다.

서울·인천·울산을 합친 규모와 비슷한 2천703㎢의 소양강댐 유역 면적을 조성하기 위해 4천600가구, 1만8천546명의 주민이 이주해야 했다.

수몰 지역은 춘성군(현 춘천시)·인제군·양구군 3개 군과 6개 면, 38개 리에 달했다.

도로가 사라지면서 인제군 주민들은 양구군을 거쳐 인제읍으로 가야 하는 '육지 속의 섬'에 고립돼 교통 불편을 겪었으며 상권이 침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수몰지역 주민 김광수 씨 [촬영 박주영]

마을이 수몰됐던 인제군 남면 주민 김광수(63)씨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여기가 육곳간이고 저기가 양복집이고…저편 어디쯤 삼거리 길이 있는지 그림 그리듯이 떠올릴 수 있다"며 "주변 친구와 이웃들은 모두 보상금을 받고 떠나고, 40여가구가 남아 상류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도 많고 놀 곳도 많았던 그때가 종종 그립다"면서 "지금은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해 주민들이 귀리 단지를 조성,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조기 수확이 가능해 침수 피해가 없고 귀리 도정공장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해왔던 인근 주민들은 소양강댐 준공 이후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과 낚시꾼들을 상대로 기념사진 촬영, 식당 운영, 썰매 대여 등 다양한 관광 사업을 벌여 나가기 시작했다.

댐 건설 당시 공사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팔았던 지역 향토 음식인 '닭갈비와 막국수'는 지금은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소양강댐의 연간 방문객은 198만명(2020년 기준)으로, 설악산 국립공원(158만명)보다 25% 이상 많고 이 가운데 외지인 비율은 절반이 넘는 58%에 달한다.

소양강댐 수문 방류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준공 이후 현재까지 20차례밖에 수문을 열지 않은 소양강 댐이 수문을 개방하는 날이면, 여수로에서 흘러나오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물거품을 보려고 평일에도 관광객이 몰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불렸던 소양강댐은 이제 호반의 도시 상징으로서 강원지역 관광산업을 끌어 나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정상부에 파고라를 설치하고 발전소 주변 자갈밭을 녹지 정원으로 조성하는 한편, 우안 광장을 별자리 관찰 명소로 재단장하는 등 50돌을 맞아 대대적인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수몰지 기념관 물문화관 안에 수몰 전 1960년대 옛 마을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기록물을 전시하는 한편 실향민들을 위한 망향비도 건립하기로 했다.

김도균 공사 운영부장은 "거대한 인공 호수로 둘러싸인 호반의 도시 '춘천'을 상징하는 댐으로서 앞으로 또 다른 50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소양강댐 사면에 설치한 야간 조명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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