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다른’ 이강인의 센스, 위기의 클린스만을 구했다…공격 본능 살아난 클린스만호의 출범 첫 연승 [튀니지전 Q&A]

남장현 기자 2023. 10. 14.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김민재(왼쪽 두번째)가 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클린스만호’가 출범 첫 연승 행진에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아프리카 강호’ 튀니지와 친선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원맨쇼가 눈부셨다. 후반 10분 왼발 프리킥 선제골을 터트린 그는 불과 2분여 만에 상대 문전 한복판에서 절묘한 터닝슛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15번째 A매치 만에 데뷔 골과 멀티 골을 동시에 이뤘다.

이강인은 후반 22분 쐐기 골에도 관여했다. 대표팀 전담 키커로 나선 그가 차 올린 오른쪽 코너킥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헤더로 연결한 것이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막판 황의조(노리치시티)의 골은 최고의 보너스.

이로써 튀니지와 상대전적을 1승1무1패 동률을 이룬 대표팀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동남아시아 베트남과 10월 2번째 A매치를 갖는다. 다음달 싱가포르(홈)~중국(원정)과의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둔 대표팀은 연승을 이어가며 내년 1~2월 카타르에서 개최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Q=손흥민(토트넘)이 벤치에서 출발했다.

A=얼마간 예고된 부분이다. 대표팀 캡틴은 9일부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된 풀 트레이닝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소속 팀에서부터 사타구니 부상을 안고 왔기 때문에 사이클을 타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회복에 집중했다. 피치 훈련은 튀니지전 전날(12일)만 참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소집 간담회를 통해 “해외파 로테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으나 손흥민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국 현지 언론도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 행진을 이끄는 토트넘 에이스의 컨디션과 A매치 출전 여부에 촉각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중앙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임시 주장 완장을 차고 킥오프를 맞이했다. Q=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갑자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는데

A=전반전 킥오프를 15분 남긴 시점에 선발 라인업이 일부 바뀌었다. 워밍업 도중 왼쪽 내전근(허벅지 안쪽)에 불편함을 느낀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이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받아들였다. 3선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홍현석(헨트)이 대체 투입돼 박용우(알아인)와 나란히 중원을 책임졌다.

손흥민과 황인범이 빠진 대표팀이지만 기존의 틀은 거의 유지했다. 조규성(미트윌란)이 원톱으로 출격했고, 클린스만 감독이 “최대한 많은 출전시간을 줄 것”이라고 공언한 이강인이 섀도 공격수에 가까운 프리롤(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역할)로 나섰다. 황희찬(울버햄턴)과 이재성(마인츠)은 공격 2선에 배치됐는데, 이들은 이강인과 적극적인 포지션 체인지로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갔다. 수비라인은 정승현(울산 현대)이 김민재의 파트너로 나섰고, 이기제(수원 삼성)와 설영우(울산)가 좌우 풀백을 맡아 주전 골키퍼 김승규(알샤밥)와 호흡을 맞췄다. Q=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야유가 나왔다.

A=튀니지전을 앞둔 그라운드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거센 야유를 받았다. 통상 A매치에서는 경기 시작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선수단이 소개되는데, 선수들과 감독에 대한 팬들의 온도차가 전혀 달랐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주요 선수들이 비쳐질 때 절정으로 치달았던 5만9000여 관중의 함성 데시벨은 클린스만 감독이 호명됐을 땐 차가운 침묵으로 바뀌었고 야유도 함께 쏟아졌다.

이유는 분명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신뢰를 잃어서다.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취임 당시의 약속을 깨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내는 그는 대표팀 업무에 전념하기보다 ESPN을 비롯한 글로벌 미디어 패널로 참여하거나 한국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국제 행사에 두루 참여해 적잖은 지탄을 받아왔다. 본인은 “대표팀과 클럽 감독은 다르다. 해외축구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해명하지만 유럽 주요 빅 클럽에 몸담은 세계적 레벨의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도 정작 대표팀의 퍼포먼스는 하향세를 타고 있어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결국 내용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나 클린스만 감독은 너무 멀리 왔다. Q=이강인이 결국 게임체인저가 됐다.

A=도무지 목적을 알 수 없는 움직임,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반복됐다. 전반전 내내 답답한 흐름이었다. 한국은 수비수 3명도 부족해 5명까지 배치한 튀니지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측면으로 볼을 연결할 뿐,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연출하지 못했다. 슛도 거의 없었고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다행히 후반전은 달랐다. 장거리 이동 여파로 튀니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탁해지면서 한국의 공세가 한층 날카로워졌고 특히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유럽에서의 롱런을 보장받은 이강인이 펄펄 날았다. 데드 볼 상황에서의 첫 골이 대량득점을 알린 신호탄이자 대표팀의 잠자는 공격 본능을 깨운 계기가 됐다.

한 번 엉킨 실타래가 풀리자 한국은 더 매서워졌다. 중앙수비수(김민재)와 한동안 침묵을 이어온 정통 스트라이커 황의조까지 골 퍼레이드에 가세해 기쁨이 배가 됐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