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배송’ 하청 노동자 숨진 채 발견…머리 맡엔 택배 상자

이유민 2023. 10. 1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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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새벽 경기도에서 60대 택배 기사가 배송을 하다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쿠팡 물품을 배송하는 대리점 기사였는데, 그동안 주로 새벽에 하루 11시간씩 일해온 거로 파악됐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깜깜한 새벽, 대형 화물 트럭 뒤로 구급차 한 대가 서 있고, 경찰이 건물 앞을 분주히 오갑니다.

어제 새벽 4시 45분쯤,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이곳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60대 택배기사 박 모 씨.

발견 당시 주변엔 쿠팡 상자 3개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 택배기사 : "남 일 같지 않죠. 지역마다 다른데 이쪽이 조금 힘들어요."]

박 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 신분입니다.

약 1년간 일했는데 수수료는 건당 받았고, 근무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새벽 배송 담당이었습니다.

박 씨 앞으로 기록된 근로 시간은 주 52시간 정도, 다만 산업재해 발생 시 심야 노동은 30% 가산하라는 게 노동부 고시여서, 실제 노동 강도는 주 67시간 이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권동희/노무사 : "새벽에 일을 했으면 훨씬 더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죠. 시간에 쫓기는 그런 압박 업무 등등 하면 육체적 강도는 너무 높으니까..."]

택배노조는 박 씨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쿠팡에 개선책을 촉구했습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위원장 : "주간 12시간, 야간 10시간 풀가동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 피로가 축적돼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쿠팡 측은 숨진 박 씨는 쿠팡 직원이 아니라 물류 대리점의 개인 사업자이고, 배송 물량은 통상 수준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 씨의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 김태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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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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