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데뷔골에 멀티골까지…이강인 “해트트릭 생각 없었다”

강동훈 2023. 10. 1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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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상암] 강동훈 기자 = “태어나서 해트트릭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4-0 완승을 거둔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스스로를 골잡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멀티골을 터뜨린 후 해트트릭 욕심은 없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날 이강인은 그야말로 ‘10점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공을 잡을 때마다 수비 한둘은 가뿐하게 제쳐내고, 또 날카로운 킥을 앞세워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이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몸 상태가 좋지 못한 탓에 선발에서 제외된 가운데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클린스만호가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그를 거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부담감 속에서도 위협적인 기회를 잇달아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결국 ‘해결사’로 나섰다. 0-0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던 후반 9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재치 있는 개인기로 돌파를 시도하다가 반칙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어냈고, 직접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2분 뒤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 경합 싸움을 통해 소유권을 따냈고, 직접 터닝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멀티골로 기세가 오른 이강인은 세 번째 골 기점 역할까지 했다. 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는데, 당시 문전 앞에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머리를 맞은 후 상대 자책골로 연결됐다. 이후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고, 5만9천여명이 집결한 상암벌은 그의 이름이 연신 울려 퍼졌다.


이강인은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제일 중요한 건 팀의 승리다. 앞으로도 축구대표팀에 온다면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뿐이다. 많은 승리와 우승을 원하며, 항상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골잡이는 아닌 것 같다”고 웃음을 보이더니 “태어나서 해트트릭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로지 팀의 승리, 팀이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이날 멀티골을 기록한 이후 추가로 골을 더 넣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경기 초반에는 조규성(미트윌란)과 투톱처럼 움직임을 가져가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서 활약을 펼쳤다. 이재성(마인츠)과 자리와 역할을 맞바꿨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강인은 “감독님은 매 경기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많은 자유를 주신다. 위치를 바꾼 후에 경기력이나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매번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이)재성이 형에게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몸 상태에 관한 질문에 이강인은 “매 순간 부상을 안 당하려고 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부상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올 시즌 몇 번 더 부상을 당할지 몰라서 최대한 몸 관리를 잘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언제 몸 상태가 100%인지 안 좋은지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이강인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겸손해야 하고,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상암벌에 모인 수많은 팬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자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다며 우려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강인은 “물론 저의 경기력이 좋거나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도 있다”며 “그저 팀에 도움이 되고 승리에 가까워지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뿐이다”며 더 발전하기 위해 계속 구슬땀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강인은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한국 축구를 응원해줘서 감사드린다. K리그를 보면 관중이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해주는 것 같다”며 “축구대표팀뿐만 아니라 한국 선수들이 재밌는 좋은 축구를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니 앞으로도 관심을 보내 달라”고 팬들에게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베트남전에선 (손)흥민이 형 컨디션이 좋아져서 같이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 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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