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로 북미서 존재감 떨치는 현대차

박찬규 기자 2023. 10. 1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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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지구촌 뒤덮은 'K-경제한류'②] 북미 연구·생산 거점 캘리포니아 어바인 디자인센터·앨라배마 공장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개최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사 게재 순서
①'습식분리막 1위'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실롱스크 공장
②현지화로 북미서 존재감 떨치는 현대차
③차별화된 브랜드 마케팅, 글로벌 톱 '한국타이어'
④CJ ENM, 북미 시장 정조준… '글로벌 콘텐츠 기업' 도약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J.D.파워는 '2023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U.S. Tech Experience Index, TXI)에서 제네시스(656점)와 현대자동차(547점)가 전체 브랜드 순위에서 캐딜락(533점) 렉서스(533점) BMW(528점)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각각 1,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23년형 신차를 구입하고 90일 이상 소유한 8만여명의 소비자가 대상이었다.

현대차는 1985년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1986년엔 엑셀을 출시했다. 미국 빅3로 꼽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현 스텔란티스) 외에도 일본의 토요타, 닛산, 혼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후발주자였던 현대차는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는 물론 제품 측면에서도 경쟁이 쉽지 않았다. 결국 '가격'을 앞세운 전략을 펼 수밖에 없었고 적당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북미시장에서 영역을 넓혔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현지에선 '단지 저렴한 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주요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내놓는 차마다 관심을 모으고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이슈가 된다.

품질에 대한 시각을 바꾼 건 2021년 타이거우즈의 제네시스 GV80 전복사고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큰 사고를 당했음에도 타이거우즈는 목숨을 건졌고 안전에 대해 입소문을 타며 북미에서 빠르게 판매량을 늘려갔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런칭 이후 국내 판매량이 절대적이었는데 이 사고 이후 해외판매량이 급증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 부회장)이 직접 브랜드 출범을 알렸고 이후 7년 10개월 만에 100만대(국내 69만177대, 해외 31만8627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누적 판매 1500만대를 기록했다. 2022년 현대차와 기아를 합해 사상 처음으로 북미시장 10.3% 점유율을 달성했고 올 상반기에도 10.6%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인정받는 배경 중 하나는 철저한 현지화다. 소비자 취향을 철저히 분석, 반영해 제품을 내놓는다. 차 구매자가 실직하면 차를 회사가 되사는 현대 인슈어런스 등 현지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디자인 및 기술 센터


어바인 디자인센터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 디자인 기술 센터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2003년 1월 문을 열었다. 3000만달러(약 4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곳은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모델 제작자와 기술자들이 함께 근무한다. 한국의 남양연구소와 소통하면서도 북미 현지 상황에 맞는 차를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곳에서 디자인을 주도한 대표 차종은 YF쏘나타와 제네시스 쿠페가 있다. 여기에 현대차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할 다양한 콘셉트카도 어바인 현대 디자인 기술 센터의 작품이다.
현대차가 이곳에 디자인 및 기술 센터를 지은 건 현대차 북미법인(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에 위치)과 멀지 않으면서도 실리콘밸리 등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렉서스 등 글로벌 브랜드도 인근에 R&D(연구개발) 거점이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공장


앨러배마 공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공장(HMMA)은 2005년 5월20일 문을 열었다.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현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가 HMMA 오픈을 축하했다. 정 회장은 "이 새로운 제조 시설은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품질을 인정했고 이번 공장을 통해 우리는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HMMA에서는 2005년 5월 첫 번째 판매 모델인 '2006년형 쏘나타'를 생산했다. 현재는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싼타페, 투싼, 산타크루즈 스포츠 어드벤처 차량,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등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가 18억달러(약 2조4295억원)를 투자한 이 공장은 최초이자 유일한 미국 제조 공장이다.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39만9500대다.

엔진공장도 있다. 현재 스마트스트림 G2.5 GDI, G1.6 T-GDI, G2.0 앳킨슨, G2.5 GDI 및 G2.5 T-GDI 엔진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엔진은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 외에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 제조공장에도 쓰인다.


전동화 가속페달 밟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개최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첨단 생산시설을 추가한다. 현재 조지아주와 브라이언 카운티에 55억4000만달러(약 7조4790억원)를 투자한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시설(HMGMA)을 짓고 있다.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중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조지아주와 미국에 순수 전기차 및 배터리 전용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전동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당시 서명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장재훈 현대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다.

조지아 메타플랜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진보된 모빌리티 리더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 최초의 완전 EV 및 배터리 전용 제조 시설을 설립하려는 계획을 공유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기차 공장 투자는 전기차 생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등 미국 내 미래 모빌리티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74억달러(약 9조9885억원)를 투자하겠다는 2021년 그룹의 비전 실행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룹의 혁신 허브인 싱가포르 현대자동차그룹 혁신센터(HMGICS)에서 테스트 중인 첨단 지능형 제조 기술을 이곳에서 다수 구현할 계획이다. 지능형 제조 공장을 목표로 수주, 조달, 물류, 생산 등 생산의 모든 과정이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혁신적인 제조 시스템은 로봇이 인간 작업자를 보조하는 인간 중심의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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