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님, 이강인에 '연예인' 운운할 자격 있으십니까[스한 이슈人]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튀니지전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에는 이강인에게 팬들의 환호에 취해있지 말 것을 당부하며 "연예인은 골을 넣지 않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는 감독이 선수의 자만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잦은 출국과 방송 출연으로 논란을 몰고 다녔던 '감독' 클린스만이 혼신의 힘을 다해 팀 승리를 이끈 '선수' 이강인에게 할 수 있는 말일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0월 A매치 평가전 튀니지와의 홈경기에서 이강인의 두 골로 4-0 승리했다.
후반 10분 선제골이 나왔다. 박스 바로 중앙 오른쪽에서 얻은 한국의 프리킥을 이강인이 왼발로 그대로 감아찼고, 수비벽을 넘겨 가까운 포스트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골이 나왔다. 이강인의 A매치 15경기 만에 첫 골.
이강인은 이 득점 직후 2분 만에 추가골까지 넣었다. 후반 12분 박스 안 경합 상황 때 이강인은 재빠르게 일어나 한바퀴 돈 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강인의 미친 활약으로 단숨에 2-0이 됐다.
후반 22분에는 오른쪽에서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올린 코너킥을 가까운 포스트에서 김민재가 헤딩슛을 했고 튀니지 수비 야신 메리아 맞고 굴절돼 한국은 3-0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에는 상대 골키퍼의 골킥이 짧게 간 것을 헤딩 전진 패스했고 교체투입된 황의조가 달려가 일대일 기회에서 오른발로 4-0을 만들어 승리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을 칭찬하면서도 "한 선수에게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이 새롭긴 하지만 이게 이강인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며 "이강인은 연예인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연예인을 골을 넣지 않는다. 더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이강인은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기에 칭찬해주고 싶지만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덕에 공격의 답답함을 해고할 수 있었는데, 감독은 오히려 선수의 기가 죽을 수 있는 말을 했다.
이에 이강인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 말을 듣고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팬들의 응원을 들으면 그저 감사할 뿐이고 다른 생각은 없다. 내가 경기를 못하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팀의 승리에 최대한 도움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이강인은 측면과 중앙을 지속적으로 넘나들며 한국 공격에서 가장 빛났고, 전반전 유효슈팅 '0개'에 그친 한국에 멀티골을 선물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감독보다 '연예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며 질타를 받은 사람은 클린스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해외에 있던 시간이 국내 체류 시간보다 길어지면서 대표팀의 근간인 K리그와 국내 축구에 대한 홀대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내 언론을 상대로 미국에 있으면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명단 발표 역시 온라인으로 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팬들은 클린스만이 미국 방송에 나와 국내 대표팀 이야기가 아닌 리오넬 메시 이야기와 EPL 관련 내용만을 다룬 소식을 접하자 팔자 좋은 감독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클린스만은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논리를 밀고 나가는 길을 택했다. 지난 9일 대표팀 소집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노트북을 들고 있는 곳이 사무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과 관련 없는 방송 출연을 즐기는 감독이 환호 받는 선수에게 엄격하려드는 모순적 상황인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말과 행동이 안 맞는 '기인' 클린스만이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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