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제한 vs 교통사고 위험 증가…고령자 면허 반납 갈등
전년대비 8.8% 증가…3년째 지속 증가세
최근 10년 교통사고 감소 추세와 대비
이동권·생존권 vs 교통사고 증가 주장 대립
국내서 65세 이상 고령자운전사고가 최근 10년 동안 한 해를 빼놓고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의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반납률이 2%에 그칠 정도로 저조하다. 고령자의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은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동권과 생존권 제한을 이유로 운전면허 반납을 거부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선 교통사고 위험 증가를 막기 위해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14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운전자사고는 3만4652건으로, 전년보다 8.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동안 고령운전자사고 증감률(7.8%)을 웃돈다. 이 기간 고령운전자사고는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증가세를 기록해 왔다. 그중에서도 지난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게 2005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령운전자사고는 가해자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사고를 의미한다. 즉, 운전자가 만 65세 이상이었다는 의미다. 이는 고령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인구수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최근 10년 동안 국내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 추세다. 2013년 21만5354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2014년(22만3552건), 2015년(23만2035건)으로 늘어났다가 2016년 4.8% 줄어든 22만917건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22만96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20만9654건)부터 2021년(20만3130건)에 이어 지난해(19만6836건)까지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고령자 사고 비율을 경고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운전면허 소지자 1만명 당 65세 이상 고령자의 가해 사고는 79.3건으로, 전체 운전자 평균(60.2건)을 웃돌았다. 운전이 미숙한 20대(120.8건)에 이어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인구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고령운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오는 2025년 전체 고령 인구 절반인 498만명이 운전면허 소지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2040년에는 1316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각 지자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은 지난 2018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2020년 전국으로 확산했다. 면허를 반납하면 최소 10만원에서 50만원에 달하는 선불카드,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만 65세 운전면허 반납 비율은 2%대에 그쳤다. 올해는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고령자 교통사고 증가는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고령의 택시 운전자가 내는 사고를 막기 위해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격 유지 검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개인택시 일부는 검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택시나 버스 운전자처럼 사업체에 속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운전자 10명 중 3명만이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시간 단축 등 이동 편의로 인해 운전면허 반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계층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반납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경찰청에는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 반납 의무화를 법적으로 제정해달라는 글도 올라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선을 넘나들며 운전해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는데, 경찰에서 확인 결과 연세가 많은 운전자였다는 답을 들었다는 목격담도 공유된다.
교통사고를 줄여야 하는 지자체, 경찰 등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수도권 지자체 한 관계자는 “(고령운전자사고가 늘어난다고)강제로 운전면허를 회수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운전자사고를 과도한 일반화로 몰고 가는 것은 부적절하고, 자진 면허 반납도 지자체나 국가에서 책임을 방기하는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핀셋식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집단을 분류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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