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예상… 유가 급등·경기 회복 지연에 복잡해진 ‘셈법’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 급등...물가 상승 압력 커져
경기침체 우려 확산... “韓 경제성장률 1.4% 어려워”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 결정보다 긴축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지에 대한 한은의 힌트를 더 기다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고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것이 확인되는 등 기준금리를 둘러싼 환경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상방 열렸지만, 인하 기대감 차단 목적”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금통위는 다음 주 목요일(19일), 11월 30일 등 두 번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다. 금통위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로 5회 연속 동결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6회 연속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3.3%씩 상승하는 등 물가가 크게 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잡힌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3.75%) 더 올릴 수 있다며 상단은 열어뒀지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꺾으려는 의도 정도로 보고 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금통위원들의 전반적 기조는 8월 회의와 마찬가지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분위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에 기인한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은 느리지만 줄어들고 있다”면서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 상승 영향에 따라 국고채 금리도 오르면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기준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예상 근거다. 우리나라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연준 인사들이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이어가면서, 한은도 이를 동결 근거로 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4일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 중 한때 4.88%까지 치솟았는데, 12일 4.69%까지 내려왔다.
◇”新 중동전쟁 번지면 국제유가 급등”... 물가 잡힐까
문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고금리 장기화 기조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10월 인도분 두바이유 가격은 13일 오후 5시 기준 배럴당 87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4달러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만약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마무리되지 않고, 중동 전쟁으로 번지면 경우 국제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어서 당장 국제유가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개입하면 실제 원유 생산, 수송에 차질이 생긴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렵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만약 중동 사태 악화로 원유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투기 매수세가 유입되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유류 수입액이 오르고,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의 소비 여력도 빠듯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 동향’에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은에서는 국제유가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브렌트유 가격 기준 배럴당 84달러선에서 가정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12일 브렌트유 가격은 86달러 선에서 움직여 한은이 가정한 가격보다 높다.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에선 유가가 어떤 요인으로 오르든 공급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면서도 “내년 말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근접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올해 경제성장률 1.4% 달성 ‘글쎄’”
경기침체 우려는 고금리 지속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기준) 예상치로 1.4%를 제시했다. 하반기 1.7%를 달성해야 연간 목표치(1.4%)를 맞출 수 있다. 여기엔 4분기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가 돼야 하고,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란 조건이 필요하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하반기 경기 회복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장재철 KB국민은행 본부장은 “2분기 GDP 증가율이 직전 분기 대비 0.6%였는데, 하반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1.2~1.3%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시각은 지금도 같다”면서 “민간의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하반기 성장률을 떠받칠 요소가 없다”고 우려했다.
아예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이 내포된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췄지만, 올해 전망치(1.4%)는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는 “11월 금통위 회의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경제심리지수가 소폭 하락하기 시작했고, 9월 수출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긴 했지만, 회복 속도가 완만하다. 4분기에는 성장세가 더욱 둔화해 마이너스 생산 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 11일 8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평균 40억달러 흑자를 내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1.4%)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다”며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 4분기 수출이 플러스로 바뀌는 경로도 유효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반도체 가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 3분기부터 상승하는 추세로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는 신호도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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