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규제, '위헌' 가능성 있다

금준경 기자 2023. 10.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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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언론연대, 긴급 토론회 개최
해외 규제 사례, 국가 주도 심의 아닌 플랫폼 대응 절차 규정
심의 근거인 정보통신망법, 언론보도 규정 없어
"헌재 결정, 언론자유 제한 최소화 바람직하다고 판단, 규제 충분 판단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가 본격화돼 논란이 된 가운데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과잉 규제이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규제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이동관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류희림 체제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보도 대응의 일환으로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 긴급 토론회. 왼쪽부터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 김보라미 변호사. 사진=언론노조 유튜브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개설하고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언론 보도를 인터넷게시물 심의인 통신심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심의 중인 보도에 관해 포털,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심의 중이라는 사실을 표기하거나 삭제하는 패스트트랙을 자율규제 차원에서 도입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법 개정을 통해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인이 언론사를 옮기지 못하도록 '갈아타기 방지' 규제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조선일보·한겨레 보도에 '차단' '삭제' 명령 시대 도래했다]
[관련 기사 : 정부, 포털에 가짜뉴스 심의 중인 보도 '삭제'까지 요구한다]

프랑스 독일도 국가가 심의해 '가짜뉴스' 제재하지 않아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에 '가짜뉴스 규제'로 알려진 정책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짚었다.

김민정 교수는 “문제 있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가시성이 떨어지도록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사업자들이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정책을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이용자 신고에 기반해 처리하고, 분기별로 연단위로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정보에 대한 대응 절차를 규정하는 규제로 볼 수 있다. 한국처럼 국가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기구가 특정 정보의 허위성을 판단해 심의하는 방식은 아니다.

최근 유럽연합이 채택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불법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절차적 의무와 구제 방안을 명시한 규제다. 독일의 가짜뉴스 규제 법안으로 알려진 '네트워크집행법'은 허위사실뿐 아니라 여러 불법 정보 대응을 담은 규제로 최근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프랑스의 허위정보 관련 규제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대체됐다.

▲ 방통심의위

실제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작성한 해외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규제기관 관계자는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은 저널리즘의 영역이며 국가가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럽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독일 규제기관 관계자 역시 “국가가 미디어의 내용을 직접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방통위의 '패스트트랙'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포털은 바람보다 빠르게 눕고 바람보다 더 낮은 자세로 기어가고 있다”며 “이런 것이 자율규제인가. 전혀 그렇지 않고 협박성의 체계로 일어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대한 대책으로써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신문' 심의? '위헌' 가능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신문' 심의가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법의 하위 개념인 통신심의 규정(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통해 심의하고 있는데, 언론에 적용한 전례가 없다. 방통심의위는 그간 인터넷언론은 통신심의의 예외이며 언론중재법 등 언론 관련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에는 방통심의위 심의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나 언급 자체가 없다”며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헌재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위헌 판단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인터넷신문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라며 “인터넷신문에 대한 규제는 신문법, 언론중재법,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상 명예훼손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별도의 추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가짜뉴스 신속심의를 위한 패스트트랙 순서도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역시 “정보통신망법에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이용자 등)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행위자를 언론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가 논점인데, 인터넷 신문사업자를 해당 행위자로 넓히는 건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원 실장은 적용 조항이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규정하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조항을 적용해 심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원 실장은 “명예훼손 조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심의 요청을 해야 한다. 결국 불법이 아닌 유해정보로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질서 위반 조항은 정작 상위 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내용이다. 언론 보도에 대한 상당히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했다. 과거 해당 조항은 사드 전자파 음모론, 코로나19 허위정보, 천안함 사건 음모론 등을 담은 인터넷 게시물에 적용돼 전부터 논란이 됐다.

거듭 강조된 '가짜뉴스' 표현의 문제점

정부가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지칭하는 점에 비판도 잇따랐다. '가짜뉴스'라는 표현 자체가 불분명하고 오남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땐 '허위조작정보'를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정부가 규제하겠다는 '가짜뉴스'가 언론의 의도적인 왜곡만 지칭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조작정보가 아닌 모든 허위정보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데 대책부터 내놓았고, 이후에 정의나 판단 기준을 마련해 입법하겠다고 한다”며 “규제 조치를 먼저 내놓고 대상을 이후에 정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정 교수는 “이 용어가 정치적인 효과를 낳는 문제”를 강조했다. '가짜뉴스'는 언론이 아닌데 언론으로 위장해 꾸며낸 '페이크 뉴스'에서 비롯된 용어다. 김민정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지칭하기 시작했고 많은 정치가들이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였다”며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지칭하는 건 언론에 낙인을 찍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했다.

김민정 교수는 “언론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매도하게 되면 실제 근절할 필요가 있는 온라인상의 허위정보 근절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코로나19 건강위협 정보 등 허위정보 대응을 논의할 때 언론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언론을 가짜뉴스 온상처럼 여기면 언론 신뢰가 떨어지고, 언론과 정부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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