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댔어요" 호소에도 돌아간 경찰…PC방 손님, 살인마로 돌변 [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3. 10. 14.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 2018.11.21/뉴스1

2018년 10월14일 오전 8시10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아르바이트생이 한 손님의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자상은 얼굴과 목에 집중됐다. 얼굴만 30곳 이상 찔렸고, 모든 상처가 깊었다.

피해자의 응급처치를 담당한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가해자가 칼을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찌른 듯 모든 상처가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며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는 상해 등으로 전과 2범인 김성수였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에게 불친절했으며, 견딜 수 없는 모욕을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막지 못한 비극

= 2018.11.21/뉴스1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사소한 실랑이에서 비롯됐다. 김성수는 피해자에게 "자리가 더럽다", "기본이 안돼 있다"며 시비를 걸더니, 게임에서 진 것을 문제삼아 환불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환불을 거절하자,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함께 있던 김성수의 동생 A씨와 피해자가 112에 신고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김성수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김성수가 환불을 안해주면 죽이겠다고 했다"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김성수에게 임의 동행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귀소하고 PC방을 빠져나온 김성수는 6~7분 만에 집에서 칼을 갖고 돌아와 피해자를 살해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폐쇄회로TV)에는 김성수가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피해자를 덮치는 장면이 담겼다.

김성수는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하자 주머니에 있던 칼을 꺼내 들었다. 이어 피해자의 얼굴과 목을 80여회 찔렀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동생 A씨가 김성수를 말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피해자는 이대목동병원에 후송됐지만, 같은날 오전 11시쯤 과다출혈로 숨졌다.

法 "김성수는 징역 30년, 동생은 무죄"

= 2018.10.22/뉴스1

김성수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같은 해 12월 살인으로 구속 기소됐으며, 동생 A씨는 공동 폭행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성수는 "수년간 우울증약을 복용해 왔다"며 경찰에 소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을 인정받아 감형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법무부는 정신과 전문의 등 감정 전문요원을 지정해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김씨는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사건 당시의 치료경과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신병적 상태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성수에게 사형을, A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다만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김성수에게 징역 30년을, A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젊은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고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범죄를 인정하고 성장과정에서 겪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등으로 오랜 시간 시달린 정신적 문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A씨에 대해서는 "김성수와 피해자의 몸싸움이 시작되자 피해자의 허리를 잡고 끌고,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면서도 "피해자를 때리거나 결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갑자기 과격한 몸싸움이 시작된 돌발상황에서 피해자를 잡아 끌었다고 하더라고 나름대로 싸움을 말리기 위한 행동으로 부자연스럽다고 할 수 없다"며 "CCTV 분석과 증언으로도 김성수를 돕기 위해 잡아당겼다고 보기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1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김성수와 A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성수는 가석방되지 않는다면 2048년 출소할 예정이다.

경찰, 김성수 체포할 법적 근거 없었다

= 2018.10.22/뉴스1

이 사건을 놓고 일각에서는 경찰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경찰이 앞서 출동했을 당시 피의자에게 임의 동행 등 초동 대응을 했다면, 피해자가 숨지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다만 경찰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시민을 체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토로한다. 경찰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르면 임의 동행을 요구받은 시민은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은 동행을 강요할 수 없다.

경찰이 김씨에게 임의 동행을 요구할 근거가 없었고 동행을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김씨가 거부하면 달리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체포는 더욱 어렵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은 오직 현행범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1차 출동 당시 김성수를 현행범으로 볼 근거는 없었다.

김성수가 불심검문에서 흉기를 가진 것이 드러났다면 현행범으로 볼 수 있지만, 김성수가 휘두른 흉기는 경찰이 돌아가고, 다시 자택에 들어 가져온 것이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