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 뿐인 '구한말 의병 사진' 촬영지 찾았다
2018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대사와 함께 구한말 의병을 재현한 배우들의 모습이 화면을 채웠다. 1907년 9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기자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가 촬영한 사진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구한말 무장 의병 사진은 매켄지가 당시 찍은 두 장이 전부다.
경기도 양평군 향토사학자들이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사진을 찍을 장소를 찾아냈다. 양평군은 양평의병기념사업회(회장 신영렬) 소속 향토사학자 이복재(71)씨와 최봉주(72)씨가 양평군 오빈리 덕구실 마을 뒷산에서 사진과 딱 맞는 능선을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당초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로 알려졌다. 이씨는 “수십번을 살펴봐도 아신리에서는 도무지 촬영지와 비슷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단서는 매켄지가 1908년 발간한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이었다. 1907년 9월 25일 아침 바위와 모래가 깔린 강변에 이르러 의병 부대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씨 등은 이를 토대로 2019년부터 4년에 걸쳐 남한강을 따라 돌아다닌 끝에 촬영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양평군 관계자는 “향토사학자가 사진을 들고 지형을 하나 하나 대조해 능선과 봉우리까지 다 맞춰와 군에서도 오빈리를 촬영지로 공식화하기로 했다”며 “의병 사진의 능선이 보이는 곳에 표지석 또는 의병 사진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매켄지의 저서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명 의병의 묘도 찾았다. 양평 옥천리의 한 마을 주민이 발견한 묘비석에는 “1907년(정미년) 8월 17일(양력 9월 25일)에 남산에서 숨진 이백원 의병장의 묘”라고 쓰여 있었다. 매켄지의 저서에 24일 밤 전사자 2명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어, 묘비석의 주인이 그날 전사한 의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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