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상점 가는 이유 "시간·접근성 편리" 54%···"비대면 선호 때문"은 18%뿐 [여론속의 여론]

2023. 10. 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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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상점 실태와 인식
그래픽=김문중 기자

기존의 유인상점을 대체해 종업원이 없는 비대면 방식을 취하는 무인상점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4사의 무인편의점 개수는 3,310개로 2020년(499개) 대비 6배 증가하였으며 국내 셀프 빨래방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22.7%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무인상점의 증가를 비대면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대면 상황보다는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MZ세대일수록 무인상점으로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는 주장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8월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인상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비대면화 현상 중 하나인 무인상점을 주제로 한 이번 조사를 통해 무인상점의 이용 실태, 무인상점에 대한 인식, 더 나아가 무인상점과 같은 비대면화의 상황을 직면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일반 국민 10명 중 9명은 무인상점 이용

코로나19를 거치며 무인상점의 수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무인상점의 이용률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기로 제시한 10개 업종(편의점, 빨래방, 아이스크림점, 카페, 독서실, 패스트푸드점, 밀키트점, 사진관, 숙박업소, 노래방)과 그 외 다른 업종의 무인상점을 하나라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91%였다. 특히 18~29세 응답자 중에서는 99%가 무인상점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무인상점 이용률이 낮아지기는 하나 60세 이상에서도 83%가 무인상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보기로 제시한 무인상점 업종 중 무인 아이스크림점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72%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무인 편의점(58%) 무인 빨래방(54%) 무인 노래방(47%) 등의 순으로 높았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용 경혐률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무인 노래방, 무인 사진관은 연령별 이용 경험률의 차이가 컸다. 18~29세의 무인 노래방 이용 경험률은 91%에 달해 50대의 33%, 60세 이상의 19%를 크게 앞질렀다. 무인 사진관 또한 18~29세의 경험률(62%)이 50대(16%), 60세 이상(19%)의 경험률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무인상점 이용 이유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어서"

그런데 무인상점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대면에 대한 선호보다는 편리한 접근성이 더 큰 이유임을 알 수 있다. 무인상점을 이용한 가장 주된 이유로는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어서’(28%)와 ‘거리가 가까워서’(26%)가 높았으며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대면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18%)는 그 다음이었다.

무인상점을 이용하지 않은 가장 주된 이유도 접근성이다. 무인상점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주변에 무인 점포가 없어서(38%)’이며 ‘대면 서비스를 더 선호해서’라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사람들은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기에서도 비대면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주로 ‘인건비 및 부대비용 감소의 효과’(93%)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92%) 무인상점이 생겨나고 있다고 본다. 반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현상 때문에’ 무인상점이 늘어난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73%로 앞선 두 개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사람들이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하기 때문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업주들은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줄이고 시간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매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상점을 연다. 소비자들은 가까운 데 있고 시간과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상점을 이용한다.


"대면 상황 불편" 10명 중 3명으로 낮은 수준

사람들은 정말로 대면 상황보다 비대면 상황을 더 선호할까? 유인상점을 이용할 때, 직원이나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불편한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31%였다. 대면의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낮은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대면의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은 과반을 넘지 않았지만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대면 상황에 대한 거부감은 높아졌다. 60세 이상에서는 23%만이 유인상점에서의 대면 상황에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으나, 18~29세에서는 이보다 두 배 가까운 42%가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사람들은 무인상점 이용이 대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감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72%).


카페, 패스트푸드점, 사진관, 편의점 등은 유인상점을 더 선호한다는 의견 우세

무인상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업종은 이미 무인상점화가 어느정도 진행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수 업종에서 유인상점이 무인상점으로 완전하게 대체될 것이라 예측했다. 빨래방(83%) 아이스크림점(81%) 노래방(78%) 등은 10명 중 8명이 무인상점으로의 완전한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밀키트점(73%) 독서실(69%) 숙박업소(61%) 편의점(54%) 또한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사진관(42%) 패스트푸드점(42%) 카페(46%)는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체 가능성과는 별개로 유인상점보다 무인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게 더 높은 업종은 10개 중 4개였다. 빨래방(무인상점 선호 59%)과 아이스크림점(57%)은 무인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과반을 넘었다. 노래방(46%)과 밀키트점(41%)도 무인상점을 더 선호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반면 카페(유인상점 선호 54%) 패스트푸드점(53%) 사진관(47%) 편의점(43%)은 무인상점보다는 유인상점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및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업종이 있고 이들 업종은 무인상점으로 완전히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혹은 대체가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미 다수의 사람들이 무인상점을 이용한다. 무인상점으로의 대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기에 무인상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인상점으로의 전환에 거부감이 낮은 이유는 무인상점이 주는 편리한 접근성, 값싼 가격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비대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비즈니스 트렌드가 무인상점이라고 하는 일각의 해석은 단편적이고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무인상점의 증가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용의 편의성과 경제성은 사회 변화와 관계없이 소비자가 항상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이고, 무인상점은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를 늘려나간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이다. 무인상점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계층은 없는지, 이전에는 없었던 문제점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명진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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