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참패한 당이 쇄신안 내놓지 못한 채 집안싸움 중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참패한 국민의힘이 13일 당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돌연 발표를 미뤘다. 쇄신안을 논의할 예정이던 긴급 최고위원회의도 취소됐다. 전날 비공개회의에서 사무총장·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친윤석열계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주장이 나왔고, 여기에 “그렇게 흔들리면 안 된다” “저자세로 나가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 와중에 고질적인 당 내분이 재연됐다. 강서구청장 선거 상임고문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선거 유세 때 한 시민의 막말을 되받아쳤는데, 이 전 대표가 이 때문에 선거에 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끝이 없다.
집권당이 지리멸렬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노동·교육·규제 개혁 등 나라의 명운이 걸린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같이 어려운 과제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최소한의 의석을 얻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이번처럼 완패하면 남은 3년은 ‘식물 정부’가 될 수 있다.
여권 내에선 예상대로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 참패를 축소하는 식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불통 소리를 듣는 국정 운영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인사 문제가 시작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이 인사 검증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한 지가 오래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 이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했다. 장관 후보자만 5명째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에 맡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에 앞서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직에 앉히려 한 적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어떤 선거든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7%포인트 앞섰던 강서구 마곡 지역에서 이번엔 16%포인트 뒤졌다. 이번 선거의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힘도, 민심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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