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리 다툼에 1년 넘게 휴업 지방의회, 없어져야 하지 않나
서울 종로구의회가 작년 7월 출범한 직후부터 여야로 갈려 자리다툼을 하면서 1년 3개월째 휴업 상태라고 한다. 의장·상임위원장단 선출이 무효화되면서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다. 각종 조례나 현안 처리는 물론이고 민생과 직결된 추경안 처리도 무산됐다. 구의회 전체가 불이 꺼진 지 오래라고 한다.
논란은 의장 선거 때 민주당 소속이던 구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자 국민의힘으로 이적하면서 시작됐다. 소송이 벌어지고 자리 거래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또 소송전이 재개됐고 1년 넘게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지역 살림을 한다는 지방의회인데 국회 꼴불견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전체 회의가 안 열리면서 구민 의료 급여 등 민생 사업까지 줄줄이 중단될 상황이라고 한다. 구청 파견 공무원들이 복귀하면서 일할 사람조차 없어 운전·방호 직원들이 행정 업무를 대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구의원들은 매달 400만원 가까운 의정비와 수당을 꼬박꼬박 타간다.
지방의회에서 벌어지는 몰상식 행태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지방의회에선 특정 정당이 의장·상임위원장단을 싹쓸이하며 전횡을 부리는 일이 다반사다. 민주당이 완전 장악했던 서울시의회는 2021년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식물 시장을 만들겠다. 예산 1원도 통과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시장이 시의회 의장 허락 없이 발언하면 퇴장시키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성남시의회 전 의장은 대장동 사업 대가로 4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행정조사안을 무산시켰다. 서울 도봉·금천·양천구 의회는 자기들 마음대로 의정비를 올렸다가 주민 감사 청구로 환수 조치됐다. 성북구 의원들은 관광성 외유를 갔다가 비용 전액을 물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북 김제시 의회에선 불륜 스캔들을 빚은 남녀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다 제명됐다.
그동안 시·구의원들은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군수 등 실력자들에게 줄을 서서 정당의 행동대원이나 선거운동원 역할을 했다. 공천 헌금을 낸 뒤 이를 벌충하려 인허가권을 이용해 부패를 저지르는 일도 많았다. 정작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런 지방의회가 왜 필요하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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