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06] 염전의 공간
염전(鹽田)은 바닷물을 가두고 태양열로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땅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처럼 갯벌이 넓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형에서 만들기 유리하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Bretange) 지방에 모서리처럼 튀어나온 게랑드(Guérande) 반도가 있다. 전통적인 해안 습지로 로마 시대부터 소금을 만들어왔던 지역이다. 소금 대부분을 암염에서 얻는 유럽에서 흔하지 않은 염전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지점, 격자 형태로 배열된 7천여 개 가두리는 마치 대지에 거울을 모자이크해 놓은 것 같다. 염전에 갇힌 바닷물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은색에서 청색, 녹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한다. 테두리의 수평선 밑으로 하얗게 반사되는 바닷물 표면이 장관이다. 거기에 작은 피라미드처럼 군데군데 삼각형의 하얀 소금 더미가 쌓여 있다. 그 기하학적 대비 또한 아름답다.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데는 바람, 태양, 중력 세 가지 요소만 필요하다. 하지만 소금밭에서의 작업은 고된 일이다. 뙤약볕 밑에서 온몸에 소금기를 흡수하며 오랜 시간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 사람이 일일이 밭을 다니며 전통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자연에서 하얀 결정체, 천일염이 만들어진다. 이 모습을 “소금이 온다”, 또는 “소금꽃이 핀다”라고 한다. 그 표현 그대로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 소금꽃)’이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풍부한 미네랄과 복합적인 풍미로 ‘소금의 캐비아’라는 별명이 붙은 이 최상급 천일염은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를 비롯한 파리의 특급 셰프들이 애용하고 있다.
바닷물이 낮게 고인 염전은 햇빛이 바닥까지 침투하므로 플랑크톤 서식의 최적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는 온화한 기후와 더불어 해마다 280여 종 철새의 서식지가 되는 역할도 한다. 공중에서 본 경관 못지않게 염전 안을 거닐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방문자들은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고요한 적막함을 감상한다. 농업에 대한 감사함, 자연과 시간이 만드는 산물을 둘러보는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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