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다자이 오사무 유적
스스로 삶을 버린 문인의 투신(投身) 지점에 기념물을 세우는 일은 아름다운가, 아니면 악취미인가. 지난달 도쿄도 미타카시(市) ‘바람의 산책로’를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미타카역 근처의 이 길을 따라 다마가와조스이(玉川上水)라는 하천이 흐르는데,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몸을 던져 39세로 생을 마감한 곳입니다. 다자이는 애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물에 뛰어들었죠. 그의 죽음에 대해 신변 비관, 허세, 정사(情死) 등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역에서 350m쯤 걷다 보니 바위가 하나 있고 그 옆에 ‘玉鹿石(옥록석)’이라 적은 표석이 놓여 있더군요. ‘다자이 오사무가 입수(入水)한 곳’이라는 설명이 구글 지도에 나옵니다. 이 바위는 다자이의 고향인 아오모리현 고쇼가와라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4월 중순쯤의 일이다. 푸른 나뭇잎이 양옆을 뒤덮어 고개를 들어보면 다마가와조스이는 깊고 유유히 흐르고, 양안의 벚꽃은 이미 잎사귀가 되어 짙푸르게 우거져, 푸른 터널을 이루고 있다.”
근처 푯말에 다자이 작품 ‘걸식학생(乞食學生)’에서 가져온 이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논개의 충절을 기린 ‘의암(義巖)’이 있는 도시에서 자란 제게도 누군가 목숨을 끊은 지점을 유적으로 삼는 일은 꽤나 낯설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다자이의 삶과 작품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으니 의미 있지 않은가요.
재작년 가을, 국내에서 다자이의 대표작 ‘인간 실격’이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 화제가 됐죠.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수치와 회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인간 실격’의 유명한 첫머리를 읊어보았습니다.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내게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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