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디플레로 가는 중국… 9월 물가상승률 0.0%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 작년 9월에 비해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유럽 등 다른 대부분의 나라가 고(高)유가발 ‘2차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마당에, 중국은 정반대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초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는 예전만 못하고, 수출도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이런 점을 반영해 올해 중국 성장률을 5.2%에서 5.0%로, 내년 성장률은 4.5%에서 4.2%로 더 낮췄다.
◇0%대 물가, ‘저체온’에 빠진 중국 경제
13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0.1%)은 물론이고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0.2%)를 모두 밑도는 것이다.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이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 가까스로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한 달 만에 다시 0% 턱걸이를 한 것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9월 생산자물가지수도 2.5%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물가는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한다. IMF는 올해 중국 물가 상승률이 연간 0.7%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4.1%)이나 영국(7.7%)은 물론이고 저물가 대표국인 일본(3.2%)에 비해서도 낮은 저체온 상황이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가계의 은행 예금이 1조6000억달러 증가해 10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들이 지출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저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전 같지 않다…소비 회복도 ‘아직’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는 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중앙정부가 돈을 살포하는 데 주저하고 있고, 집값도 하락하면서 소비 심리가 냉각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이번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에 중국 내 관광객이 8억2600만명으로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휴 때보다 4.1% 증가했지만, 이로 인한 관광 수입은 7534억3000만위안(약 139조원)으로 2019년에 비해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CNBC는 투자은행 UBS 등을 인용, “중국의 9월 럭셔리 소비가 2019년 대비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짠물 소비’에 주요 럭셔리 기업들 주가는 꺾이고 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는 중국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일주일 새 7%가량 꺾이는 등 최근 석 달 사이 주가가 24% 넘게 하락했다. 에르메스, 리치몬트 그룹 등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이다.
◇수출 부진도 계속…성장률 전망 더 낮아져
중국 경제 주력 엔진인 수출도 여전히 힘이 못 되고 있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9월 중국 수출은 299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전월(-8.8%)이나 시장 전망치(-7.6%)보다는 나았지만,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9월 수입은 2214억2000만달러로 역시 6.2% 감소했다. 전월(-7.3%)보단 감소폭이 줄었지만, 전망치(-6.0%)를 소폭 밑돌았다. 수입은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11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가 시원찮고 수입 후 가공해 수출하는 흐름도 저조하다는 방증이다.
IMF는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0%로 종전대로 유지하면서도 중국 성장률은 낮췄다. 이 영향으로 한국 성장률 전망치 역시 내년에 2.4%에서 2.2%로 낮아졌다.
맥없는 중국 경제는 한국에도 큰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현지 시각)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최대 관심사는 국제 유가와 중국 경제”라며 “한국은 특히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중국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도 낮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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