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왼발이 춤추자… 소나기 골이 쏟아졌다

이영빈 기자 2023. 10.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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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튀니지와 평가전 4대0… 클린스만 감독, 홈에서 첫승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5만9000여 관중 시선이 단 한 명에게 꽂혔다. 0-0이던 후반 10분,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튀니지 수비 진영 페널티 아크 우측 부근에서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국은 그 전까지 튀니지의 두꺼운 수비 탓에 고전하고 있었다. 신중한 표정의 이강인은 휘슬이 울리자 공을 왼발로 감아 찼고, 골문 오른쪽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관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이 세 번째 득점에 성공하자 조규성(오른쪽부터)과 김민재, 이강인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이 아니었다. 흥분이 가시지 않았던 후반 12분, 이강인이 페널티 박스에서 공을 잡았다. 이강인은 팔을 잡아 끄는 튀니지 수비수들을 전부 제쳐내고 다시 골문 오른쪽으로 왼발 슛을 찼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한 튀니지 골키퍼를 뒤로하고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순식간에 터져 나온 이강인 선수 경력 A매치 첫 골, 두 번째 골이었다.

세 번째 골도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22분 오른쪽 코너킥을 이강인이 예리하게 감아 찼다. 그때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가 상대 수비수를 뿌리치고 가운데로 뛰어와 솟아올랐다. 김민재보다 높이 뛰어오른 튀니지 선수는 없었다. 김민재가 머리를 갖다 댄 공은 튀니지 선수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튀니지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이강인은 후반 44분 교체되면서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강인을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후반 추가 시간 네 번째 축포도 터져 나왔다. 후반 46분 황의조(31·노리치 시티)가 튀니지 수비진 뒤 공간을 파고들면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고, 오른발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4대0으로 대승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한국이 26위로 튀니지(29위)에 앞선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이 지휘봉을 잡고 홈에서 거둔 첫 승이자,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1대0)에 이은 첫 2연승이다. 7경기 2승3무2패.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초반 벤치에 앉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시했는데, 세 번째 골을 넣고 난 뒤부터는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경기 주인공이었던 이강인은 2019년 5월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해 이날까지 15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3월 우루과이전부터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9월 두 번의 평가전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빠졌고, 이날 다시 돌아와 양쪽 측면과 중원을 활발하게 누비면서 2골을 넣었다. 이강인은 클린스만호에서 처음으로 멀티 골을 넣은 선수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이강인은 “골 넣고 도움을 하면 기쁘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팀이 이겼다는 것”이라며 “팀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기쁘다”라고 했다.

최근 사타구니 부상을 앓고 있는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벤치에 앉은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은 김민재에게 돌아갔다. 손흥민은 이날 출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민재는 주장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본인 장기인 전진 수비로 튀니지 기습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 28분 튀니지 유세프 음사크니(33·알아라비)가 골문 가까이 공을 몰고 들어왔을 때 김민재가 몸을 강하게 부딪치면서 수비에 성공했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한 몫을 담당했다. 한 번의 패스로 최전방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직접 전력 질주로 2~3명을 제쳐낸 뒤 미드필더에게 공을 배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코너킥 상황에서 자책골까지 유도하면서 공격에서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대표팀 57경기에 나선 황의조는 18번째 골을 넣었다. 지난 6월 엘살바도르전 이후 넉 달 만의 골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6경기에서 5골에 그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기자회견에서 “1대0 승리보다 4대3 승리를 더 좋아한다”면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지만, 마음처럼 공격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4골과 함께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다만 뚜렷한 공격 전술이 없는 건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이날 4골 중 2골은 프리킥과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공이 멈춘 상황에서 시작하는 공격)에서 나왔다.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골도 이강인과 황의조의 개인 기량에 다분히 의존했다.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평가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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