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당부한 尹대통령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 이뤄내야”

비서실장 통해 당 지도부에 전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전남 목포 공생원에서 열린 공생복지재단 설립 95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10.13.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구청장 선거 한곳이지만 교훈을 찾아야 하며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야당 강세 지역의 구청장 선거 결과를 현 정부 국정 기조 전반에 대한 평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여권 일각의 평가와 달리 진지한 쇄신 노력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런 뜻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현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분열은 안 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 결과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에서 내년 총선 승리 대책 마련 논의가 시작된 상황을 감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나설 경우 자칫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여당 내 자유로운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과 이를 총선에서 구현할 인재 영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역 조직 간 불화설이 불거지는 등 과연 당이 단합해 총력전을 폈는지 의구심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상황을 유념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차분하고 지혜롭게’를 강조한 것도 주목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고 있고, 15일에는 의원총회도 연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 총사퇴’ 등 여당 내 세력 간 책임 공방이 불거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분열로 치닫는 쇄신 논의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총선 기획단 조기 발족, 영입 인사 발표, 혁신위원회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등 김기현 대표가 구상 중인 쇄신 방안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예단을 갖지 않고 여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도출한 결론을 존중한다는 자세로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