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필수의료 붕괴, 1000명씩 늘려도 OECD 평균이하

김연주 기자 2023. 10.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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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 심각… 의대 정원 확대
일러스트=이철원

13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의사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으로 떨어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7명에도 못 미치는 꼴찌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도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035년이면 부족한 의사가 1만명에 이를 것이란 전문가 보고서가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50년 기준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복지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면 2035년에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49명(한의사 제외 3.0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래도 그해 OECD 평균인 4.5명에는 못 미친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할수록 의료 인력 수요도 급증하는데 한국은 곧 초고령 사회(65세 이상이 인구 20% 이상)에 진입한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최하위권이지만 연봉은 OECD 최고 수준이다. 병·의원에서 월급 받는 의사 연봉은 2020년 기준 19만2749달러(2억5600만원)다. OECD 평균은 11만8667달러로 우리의 60% 수준이다.

의사 부족으로 소아과와 외과, 응급 의학과는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을 지경이다. 5년간 전국 소아과 700여 곳이 사라졌고, 지난해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 응급 의학과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부모들이 아침마다 소아과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역 의료는 붕괴 수준이다.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을 제외한 11개 시도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명도 안 된다. 가장 적은 지역은 세종으로 1000명당 의사가 1.23명이다. 서울은 3.37명이다. 인구 1만 명당 의대 정원도 경기는 0.09명, 경북 0.19명이지만 서울은 0.87명, 부산 1.02명이다. 전남은 의대가 없다.

지방 의료원은 수억 원대 연봉을 내걸어도 전문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방 환자들은 서울의 병원에 가려고 새벽부터 기차를 타야 하고, 입원하면 그 가족들은 병원 인근 여관방을 전전해야 한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대국민 의료 현안 조사’에서 국민 4명 중 1명(24%)이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이 적은 지방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 정원을 두 배가량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의대는 총 40곳이다. 국립대 11곳 중 강원대(49명), 충북대(49명), 제주대(40명) 등 3곳은 입학 정원이 적다. 사립대 의대 29곳 중에는 가천대(40명), 성균관대(40명), 아주대(40명) 등 14곳이 입학 정원 60명 이하다. 입학 정원이 60명에 못 미치는 17곳 의대 정원을 두 배로 늘리면 전국 의대 정원은 743명 증가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지방 국립대 의대와 병원은 소규모이고 열악한 상황인데, 정원을 늘려줘 각 지역의 거점 병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사립대 의대도 교수 인력이나 인프라에 비해 입학 정원이 소규모인 곳이 많다. 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현재 의대는 교수들이 300~500명씩 있는데 학생들은 한 학년에 40명밖에 안 돼 등록금 대비 학생에게 투입되는 교육비가 150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교수와 병원 등 인프라가 있는 곳은 정원을 두 배로 늘려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급하지만 ‘지역 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지역 의대를 졸업한 뒤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금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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