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와일드카드라고 얕보는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년 연속 와일드카드로 ‘가을 야구’를 시작해 내셔널리그(NL)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필리스(4번 시드)는 13일 열린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 3선승제) 홈 4차전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번 시드)를 3대1로 누르고 3승1패로 시리즈를 통과했다. 지난해에도 6번 시드로 출발, 디비전 시리즈에서 브레이브스(2번)를 3승1패로 물리쳤는데 올해도 그 장면을 반복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 승(104승) 팀인 브레이브스는 필리스에 2년 연속 무릎을 꿇었다.
이번 MLB 디비전 시리즈는 브레이브스를 비롯해 LA 다저스(100승·2번 시드), 아메리칸리그(AL) 볼티모어 오리올스(101승·1번) 등 100승팀이 모두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브레이브스와 다저스는 2년 연속 100승 이상을 하고도 디비전 시리즈를 넘지 못해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판을 남겼다.
필리스는 17일부터 역시 와일드카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6번 시드)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툰다. 필리스는 지난해에도 월드시리즈까지 올랐으나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2승4패로 져 준우승했다. 애스트로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AL 챔피언 결정전에 등장해 월드시리즈 2연패를 겨눈다. 애스트로스(2번 시드)는 지역 라이벌 텍사스 레인저스(5번 시드)와 16일부터 맞붙는다. 애스트로스는 7년 연속, 레인저스는 12년 만에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나선다.
◇홈런으로 브레이브스 격침
필리스 이날 영웅은 닉 카스테야노스(31)였다. 그는 올해 정규 시즌에서 20승(5패)을 거둔 브레이브스 에이스 우완 투수 스펜서 스트라이더(25)를 상대로 홈런 2개를 뽑아냈다. 7번 타자인 카스테야노스는 0-1로 뒤지던 4회 말 1사 후 동점 홈런을 쳤고, 6회 2사 후엔 2-1로 간발 앞선 상황에서 다시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정타를 날렸다. 6회 홈런은 스트라이더가 시속 100마일(161㎞)로 뿌린 직구를 받아쳤다. 앞서 5회엔 트레이 터너(30)가 역전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카스테야노스는 전날에도 솔로 홈런 2개를 치며 10대2 대승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두 경기 연속 멀티 홈런을 기록한 첫 주인공이 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이날까지 6경기에서 23타수 9안타(타율 0.391), 4홈런, 5타점. 터너도 24타수 12안타(타율 0.500), 2홈런, 6타점을 올렸다.
브레이브스는 7회 2사 만루, 9회 무사 1-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무너졌다.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가 유력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26)는 이번 디비전 시리즈 4경기에서 14타수 2안타(2안타 2 볼넷)로 부진했다. 정규 시즌 홈런왕(54개) 맷 올슨(29)도 디비전 시리즈에선 16타수 4안타에 그쳤다. 둘 다 홈런이나 타점이 전무했다.
◇아메리칸 리그는 텍사스 시리즈
AL 챔피언 결정전은 텍사스 연고 두 팀이 만난다. 리그 챔피언 결정전 대결은 처음. 애스트로스가 1962년 창단 이후 2012년까지 내셔널리그에 속했다가 2013년 아메리칸리그로 옮겼기 때문에 부딪칠 기회가 적었다. 애스트로스 요르단 알바레스(26)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벌인 디비전 시리즈 4경기(3승1패)에서 4홈런(16타수 7안타) 6타점으로 ‘가을 타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저스틴 벌랜더(40)는 올해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가 여름 돌아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레인저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AL 승률 2위 탬파베이 레이스에 2연승, 디비전 시리즈에선 1위 볼티모어에 3연승하면서 5연승 기세를 타고 있다. 레인저스 감독 브루스 보치(68)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령탑 시절에 세 번 월드 시리즈 우승(2010·2012·2014년)을 일궜고, 감독 통산 2093승(2101패)을 기록해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명장이다. 2연속 패권에 도전하는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통산 2183승1862패)과 어떤 지략 싸움을 펼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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