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견제론이 지원론보다 9%p 높아… 총선 민심 2020년과 닮은꼴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48%)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39%)보다 9%포인트 높았다. 이런 여론조사 추세는 4년 전 민주당이 압승했던 총선 직전과 비슷하다. 민주당 정부 때 치러진 2020년 4월 총선 이틀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원론(49%)이 견제론(39%)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총선 결과도 전체 지역구를 기준으로 여야(與野) 후보들의 최종 득표율이 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5%로 사전(事前) 여론조사와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아선 내년 총선도 지난 총선처럼 국민의힘이 참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가 12일 발표한 조사도 정부 견제론(46.3%)이 정부 지원론(40.1%)을 앞섰다. 같은 날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전국지표조사(NBS)도 정부 견제론(46%)이 정부 지원론(43%)보다 높았다. 여권에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에 대해 “기초단체장 선거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180석 대(對) 103석으로 민주당이 압승했던 지난 총선 때처럼 전국적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특히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2030 세대에서 여당의 위기가 확인됐다. 서울은 정부 견제론 46%, 정부 지원론 41%였고 인천‧경기는 51% 대 37%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원론을 압도했다. 중간 지대로 불리는 충청권도 52% 대 31%로 정부 견제론이 우세했다. 연령별로 20대(55% 대 29%)와 30대(53% 대 32%)는 정부 견제론이 21~26%포인트나 높았다. 총선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도 정부 견제론(54%)이 정부 지원론(33%)을 크게 앞섰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無黨層)에서도 정부 견제론(42%)과 정부 지원론(26%)의 차이가 컸다. 이번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4%로 동률이었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에서 표심이 드러나지 않았던 26% 무당층의 속마음은 정부 견제론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정당 지지율에 잡히지 않는 무당층이 결국 투표장에 가면 정권 심판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요즘 일부 조사에서 호남 무당층이 30~40%에 달하지만 이들도 결국 야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갤럽과 NBS 조사 등에선 정당 지지율이 여야가 비슷하지만 그 수치로 총선을 예측한다면 착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정부 견제와 정부 지원 등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항목이 무당층의 표심도 알 수 있어서 정당 지지율보다 총선 예측에 더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올해 초반까지는 정권 심판 정서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난 3월 조사에선 정부 견제론(44%)과 지원론(42%)이 비슷했지만,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직후인 4월부터 정부 견제론(50%)이 정부 지원론(36%)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기 시작했고 견제론의 우세 구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권에서 “내년 총선도 참패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배재대 특임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중도층이 여당에서 대거 이탈하고 2030 세대와 4050 세대가 결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래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패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도 외연 확장, 공천 혁명, 인적 쇄신 등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총선도 여당이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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