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철수와 이준석만 시끄럽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하고도 국민의힘은 이틀째 조용하다. 지도부 보란 듯 매일 페이스북에 유세 인증샷을 올리던 여당 의원 중 누구 하나 “이렇게 바꾸자”고 외치는 사람이 없고, 당 지도부는 “의견을 듣고 있다”며 말을 아낀다.
이런 당 주변에서 오직 두 사람만 시끄럽다.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강서구 유세 도중 한 시민이 “XX하고 자빠졌네”라고 욕을 하자 “정말로 XX하고 자빠졌죠”라고 웃으며 받아쳤다. 이튿날 이 전 대표가 라디오에 나가 “선거에서 진다면 안 의원의 막말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 패배 다음 날인 지난 12일 안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 이준석 제명을 위해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도 곧장 페이스북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죠?”라고 응수했다. 안 의원은 13일 “응석받이 이준석 제명을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이 전 대표도 “서명 운동 열심히 해서 선거에 필요할 개인 정보 많이 모으라”고 했다. 선거 참패는 뒤로하고 언론엔 두 사람의 ‘욕설 논란’만 부각되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대선 주자였고, 이 전 대표는 당대표를 지냈다. 두 사람의 싸움 어디에도 여당의 향후 진로나 민생 대책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두 사람의 ‘키보드 대전’을 보며 초등학생들도 이렇게는 안 싸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사람은 과거 공천과 인사 문제로 갈등한 일이 있다. 국민은 둘의 사감에는 관심이 없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당 정치인들이 벌이는 저질 싸움에 혀를 찰 뿐이다. 당사자들은 부끄럽지 않은 것 같은데, 보는 사람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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