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지고도 조용한 與... 쇄신책 안내놓고 공천 눈치보며 침묵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후 이틀이 13일 국민의힘 주변에선 절박함이나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보선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한 여당 지도부는 이날 선거 패배와 쇄신 방향에 대한 공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는 정도만 밝혔다. 쇄신 요구는 주로 원외 인사가 했고, 현역 의원들이 포함된 의원 단체 대화방에선 공개 주장이 나오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지도부는 책임론을 걱정하고, 의원들은 공천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선거가 아예 없었던 듯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무기력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를 열지 않았다. 대신 김기현 대표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차례로 불러 2시간 20분간 일대일 면담을 했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부 참석자가 “쇄신 차원에서 사무총장 등 당 임명직이 일괄 사퇴하자”고 주장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개별 면담으로 형식을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보선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민심 변화에 대해 ‘우리 당 체질을 어떻게 개선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이냐’가 핵심 과제”라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일요일인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쇄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 준비 체제로 조기 전환해 보선 패배 충격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혁신위원회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김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도 당내에선 “보선을 지휘했던 당 지도부가 혁신위원장을 맡겠다는 발상을 하다니 놀랍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선거 패배 다음 날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 참석자들이 특위 위원 인선안도 없이 ‘혁신이라는 말은 식상하니 미래, 비전으로 이름 짓자’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총선까지 그냥 가자’는 뜻으로 읽혔다”고 했다.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17%포인트 차로 완패하자 여당 내에서도 “이대로는 총선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감지됐다. 의원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당 지도부에 ‘긴장감 없는 사람은 다 자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식 기자회견을 해서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할 테니까 안심해 달라’고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며 국정 쇄신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책임지라는 공개 주장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지도부에 전면적 쇄신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한 초선 의원은 “당정 일체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용산이 신임하는 당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2020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대패했기 때문에 현역 의원은 대부분 영남권에 몰려 있다. 여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달리 영남은 아직 안정권이고, 이들에게 지도부가 주도하는 공천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변화에 적극 나설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조용한 중앙당 분위기와 달리 수도권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선 “영남과 강원 등 여당 텃밭 출신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를 포기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진 것보다 그 후 이틀간 지도부가 보여준 행동이 열 배는 더 한심하고 절망적”이라고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쇄신을 위한 구체적 안을 내놓는다거나 총선을 준비한다거나 이런 것은 지금 지도부로서는 역부족”이라며 “쇄신책, 총선 기획에서 종전 지도부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분리·배제하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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