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은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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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을 겪는 동물은 인간을 비롯해 몸집이 거대한 코끼리와 이빨고래 등 단 6종뿐이다.
더딘 성장을 거쳐 어른이 될 아이를 함께 키우기 위해 인간 여성은 폐경 후에도 긴 수명을 살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포유류를 제외한 종에선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기는 것이 꽤 있지만, 포유류 중 인간은 코끼리 등과 더불어 50년 이상 사는 몇 안 되는 종이라는 점에서 '아웃라이어'다.
자연에서 다른 종은 경험 못 할 여분의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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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차원에선 모두가 불멸”
◇사피엔스의 죽음/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남진희 옮김·북트리거/464쪽·1만8000원·틈새책방
그 답은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할머니는 자녀는 물론 손자녀를 돌보고, 돌봄의 지식을 후대에 전함으로써 자신보다 더 큰 공동체를 지켜왔다. 더딘 성장을 거쳐 어른이 될 아이를 함께 키우기 위해 인간 여성은 폐경 후에도 긴 수명을 살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진화생물학에선 이를 ‘할머니 가설’이라고 일컫는다.
스페인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가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와 인류의 죽음과 노화에 관해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진화 생물학의 여러 이론들을 대화하듯 알기 쉽게 풀어냈다. 마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돼 두 사람의 만담을 듣는 것 같다.
인간을 넘어 인류, 인류를 넘어 생태계 차원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고생물학자의 시선은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죽음을 사유해 온 소설가를 일깨운다. 자연에서 불멸이 존재하느냐는 소설가의 물음에 고생물학자는 이런 답변을 내놓는다. “변하는 것은 개체인 셈이죠. … 생태계는 변함이 없으므로,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생명은 불멸의 존재예요. 개체가 대체될 뿐이지 생태계는 전혀 변하지 않아요. 따라서 죽음은 없어요.”
고생물학자는 반대의 시각을 제안한다. “우리가 왜 죽는지 묻지 말고,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물어보라”고. 포유류를 제외한 종에선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기는 것이 꽤 있지만, 포유류 중 인간은 코끼리 등과 더불어 50년 이상 사는 몇 안 되는 종이라는 점에서 ‘아웃라이어’다. 자연에서 다른 종은 경험 못 할 여분의 시간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 폐경 이후에도 여성이 공동체에 남아 함께 아이를 길러냈듯 “인간이 오래 사는 데엔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은 늙어가는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우리에게 삶의 이유가 될 것 같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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