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고성' 감사원 국감…野 "尹정권 돌격대" 與 "통계조작, 범죄"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는 감사위원 배석 문제로 시작부터 파행을 빚은 이후 오후 11시55분 종료까지 고성과 신경전을 동반한 첨예한 공방이 이어졌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조은석 감사위원 패싱 논란에 대해선 여야가 입장차를 드러내며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까지 받게 된 초유의 상황, 방만 경영 등에 대해선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자구 노력을 촉구했다. 유병호 사무총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다수 의원들이 지적했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감사원 국감 시작 후 20여분 만에 정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위원들의 배석을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그간의 관행 등을 들어 반대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간사간 협의를 위해 감사를 중지했다.
그러자 야당 법사위원들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감을 중단시켰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윤영덕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파행시키는 속보이는 행태를 다시는 반복하지 마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왜곡한다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국감에만 감사위원들이 배석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회의를 속개했지만 감사위원 대상 질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열린 국감에선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사무총장 간에 거친 말이 오가며 설전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주심이었던 조 위원이 지난 6월 공개된 감사보고서가 자신의 열람과 승인 없이 공개됐다며 위법이라고 주장해 현재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은 조 위원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최 원장은 "내부 과정에서 법·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이 다소 있었다"면서도 조 위원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 감사보고서가 조 위원 결재 없이 시행(공개)되도록 막판에 전산 시스템이 변경된 것과 관련, 불가피하게 시급성을 고려한 조치였다면서도 "일 처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유감"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권익위 감사와 관련해 (조 위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 전 위원장의 변호인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밝혔다.
유병호 사무총장도 "개헌 역사상 75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75년 만에 조은석 위원 같은 분이 처음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가 계속됐고, 도저히 감사 결과가 온전히 보존된다는 보장이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주심 감사위원을 패싱한 걸 너무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며 "이 사인이 무슨 국가적 대계라고 주심위원을 패싱하나. 최 원장이 정치 감사에 앞장선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단 점을 거론하며 "지금 법사위가 피의자들이 일방적으로 변명하는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조 위원의 정파성을 문제삼으며 그가 감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 전 위원장 감사와 관련 많은 논란이 있다. 특정 감사위원의 정파성 문제에 이어 지금 수사기관 수사를 의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전 전 위원장 감사와 관련해 모든 절차에 대해서 사사건건 관여했다"고 했다.
조 위원이 이번 국감을 앞두고 여야 간사들에게 입장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조 위원이 감사원을 통해 정식 제출된 문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의원들에게 입장문을 보낸 것은 국감장에서 질의가 나오게 하려는 '질의 사주'이자 감사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며 "야당과 사전에 논의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쓴소리는 나왔다.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조은석 위원의 일탈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관리하시는 방법이 굉장히 거칠었다고 생각한다"며 "2시간 만에 이 절차를 열람으로 진행해서 완료로 바꾸는 과정들이 과연 절차적으로 국민들에게 완벽하게 설득이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개혁 또는 감사원의 감시 기능을 누가 할까에 대한 감사원의 노력은 낙제점이다. 외부 감사 기능을 적극 검토해보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문제삼으며 전 정권과 야권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사', '정치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정권 돌격대가 됐다"고 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감사원장 단독으로 결재해 수사 요청한 게 무려 45건"이라며 "사무총장 단독 결재로 영장 없이 수집된 자료들도 다 지금 검찰의 수사기관에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반성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치 감사' 의혹도 거듭 부인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을 들며 감사원의 감사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걸 감추려고 한 것은 국민들을 속이려고 한 것"이라며 "통계 조작은 국민들을 속였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큰 문제점이다. 집단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감사원의 방만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감사원의 동남아 출장 중 태국에서 4박5일을 머물며 (태국) 감사위원장 면담 1건만 했단 점을 짚고 "출장보고서에는 4시간으로 돼 있는데 믿기질 않는다. 호텔도 지금 무슨 쉐라톤 그랜드 이게 뭐예요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도면 일반 국민들 보시기에는 호캉스 갔다 왔다 이렇게 얘기해도 할 말 없는 게 아니냐. 전체 10박12일 출장에 세금 4278만원 들어갔다"며 유사한 국외출장 사례를 나열했다. 최 원장은 "저희들 감사위원들이 2년에 한 번 정도 다른 감사원을 교류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여당 유상범 의원도 같은 자료를 요청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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