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이스라엘 교훈… 北 미사일발사장-평양 ‘휴민트’ 강화할 것”
軍-정보당국, 점검-재정비 착수
北내부 협력자 활용 비중 높여
수뇌부 동향 등 신속 파악 나서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등 주요 군시설 인근 등을 중심으로 대북 휴민트(HUMINT·인간 정보망)를 확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정보 참사’의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휴민트 붕괴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대북 정보망 확보 차원에서 휴민트 강화를 서두르겠다는 것. 정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 대북 휴민트가 크게 약화되지 않았느냐”면서 “이번 이스라엘 사태를 계기로 휴민트 복구 작업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 “文정부 때 휴민트 약화…강화할 것”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과 정보 당국은 대북 휴민트의 점검·강화·재정비 작업에 착수한다. 고위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보수집역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그 과정에서 중요 휴민트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게 지금 정부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동 전쟁을 보면서 우리 대북 감시 역량에 대한 전면적인 리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부 내부에서) 나왔다”면서 “휴민트는 특히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휴민트 복구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이제 휴민트에 초점을 맞춰 본격 점검·관리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휴민트 역량을 북한 내 미사일 발사장 등 주요 군 시설 인근 등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만큼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곳에서부터 휴민트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
평양 등 주요 도심도 휴민트 복원 대상이다. 평양 안팎의 주요 군 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경호경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주요 도심 동향 등은 북한 핵심 권력층의 이상 징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휴민트가 시급한 곳으로 정부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북-중 접경지역도 북한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기지가 다수 배치돼 있는 데다 중국을 경유한 인적 접근도 비교적 용이한 곳”이라며 “한미 모두에 정보적 가치가 큰 만큼 휴민트 복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주한미군 내 휴민트 부대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정보 공유에도 더 힘을 쏟을 방침이다. 주한미군은 2017년 미 8군의 501정보 여단 예하에 ‘휴민트 전담대대’를 창설해 운용 중이다. 군 소식통은 “이번 정부 들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강화됐고, 그 과정에서 휴민트 공조도 양과 질에서 나아졌다”며 “이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부는 이란 등 북한의 우방국 등에 대한 우리 휴민트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北 내부협력자 등 활용하는 휴민트 강화할 듯
대북 휴민트의 수집·분석은 최근 북한을 탈출해 국내외에 거주하는 탈북민 등을 접촉해 대북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공개 활동과 북한 내부로 중국 국적의 조선족을 잠입시키거나 북한 내부 협력자를 활용하는 비공개 활동으로 나뉜다. 정부 당국은 비공개 활동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대북 휴민트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징후와 권력 내부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 위성과 정찰기를 활용한 영상정보와 신호·통신정보 등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 등에 따라 수 시간 단위로 관련 첩보 파악이 가능할 만큼 정보 수집이 용이하기 때문. 북한의 열병식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징후 등은 거의 실시간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미의 이 같은 감시 능력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에 북한이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핵심 무기 장비의 은폐·엄폐 등 교란 작전을 펼쳐 한미의 대북 정보 수집에 혼란을 주거나 차질을 빚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군 소식통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실체와 그 운용을 책임진 수뇌부 동향을 정확히 추적하려면 휴민트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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