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민들 24시간 내 대피하라” 지상군 투입 초읽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격화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가자시티 시민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고 하마스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거리를 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자시티 인구는 110만 명으로 가자지구 전체 230만 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자지구 북부는 지난 7일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하마스의 근거지가 있는 곳이다. IDF는 “또 다른 발표가 있을 때까지 가자시티에 돌아오지 말라”며 “IDF는 앞으로 며칠간 가자지구에서 상당한 병력을 동원할 예정이며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도 “이스라엘군 연락관으로부터 가자지구 북쪽 거주자들은 앞으로 24시간 내 가자 남부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모든 유엔 직원과 학교·보건소 등에 동일한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번 움직임은 인도주의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 명령을 철회할 것을 이스라엘에 강력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에 맞서 집에 머물라”는 정반대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마스 난민 당국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혐오스러운 심리전에 굳건히 맞서라”며 “점령군이 우리 내부의 안정을 훼손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 선전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대피 시한으로 정한 24시간 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네타냐후 정부가 미국의 지지 의사를 확인한 뒤 보복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지난 12일엔 이스라엘로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자국 방어 권리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며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옆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스라엘을 찾았다.
IDF는 이미 가자지구 접경에 병력 30만 명과 전차 등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고, 네타냐후 총리도 의회 연설 등에서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IS(이슬람국가)처럼 분쇄하고 파괴하겠다”고 공언했다.
양측 사상자도 이날 1만 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1537명, 이스라엘인 130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부상자도 수천 명에 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유엔 직원 12명도 사망했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 다음으로 규모가 큰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이슬람 지하드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작전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선이 서안 지구까지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도 이스라엘과 연대하며 ‘포위 외교’에 돌입한 모습이다.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블링컨 장관은 13일엔 요르단으로 날아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데 이어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도 순차 방문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이 상대적으로 온건 노선을 추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동하는 건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주민 및 자치정부와 분리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와 동시에 미 재무부는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약 8조원)를 재동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미국과 카타르 정부가 카타르 은행에 예치된 이란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를 이란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돈은 한동안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금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묶여 있다가 지난달 미국이 이란 내 미 수감자들을 넘겨받고 동결을 해제하면서 카타르로 송금됐으며 아직 이란 측에 넘어가진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해당 자금은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의 필수품 구매에 사용하도록 지정된 돈으로 이란 국민의 정당한 소유”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의 ‘피의 보복’이 임박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소셜미디어(SNS) 여론전에도 적극 나섰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 12일 갓난아기들의 시신 사진을 SNS에 올리고 “이 끔찍한 사진들은 하마스 괴물들이 살해하고 불태운 아기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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