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만 추종하는 국힘, 용산 하부 조직 돼 국민 분노"

김준영 2023. 10. 1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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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책사’ 윤여준 전 장관의 쓴소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심판”이라고 평가했다. [중앙포토]
‘보수 책사’ 윤여준 전 장관의 쓴소리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17.15%포인트 격차로 완패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심판”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용산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했다”며 “집권당이 대통령실만 추종하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지낸 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캠프, 2012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책사’로 불린 윤 전 장관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서구청장 선거는 민심이 표출된 상징적 선거였다”며 “여권은 이를 정초(定礎) 선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주춧돌 삼아 새롭게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 역시 매서운 심판을 받게 될 거란 얘기다.

Q : 여권의 보궐선거 패배 요인은.
A :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심판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국정 지지도 30%대라는 수치로 진즉에 민심을 표출했음에도 대통령이 오불관언(吾不關焉·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태도로 나왔다.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나온 이 결과를 집권 여당과 대통령실은 정말 심각하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Q : 국민의힘 책임은.
A : “국민이 보기에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위상이 있나.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추종만 하며 용산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하고 있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견제 기능을 잃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국민은 실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Q : 사전에 민심 경고등이 켜진 것인가.
A :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국민 뜻이 다르면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군림의 리더십을 보였다. 대통령이 옳은 방향이더라도 국민이 주저하거나 반대하면 이를 무조건 외면할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Q : 대통령에게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다고 보나.
A : “잘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언짢은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낸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참모들이 간언(諫言)을 제대로 못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다.”

Q : 17.15%포인트 격차는 어떻게 보나.
A : “생각보다 덜 벌어졌다고 본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사면·복권해서 다시 출마시킨 건 강서구민에 대한 모욕이지 않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동원되면서 일부 조직력이 가동돼 격차가 줄어든 거지, 실제 민심의 격차는 더 클 것이라고 본다.”

Q : 국민의힘에선 아직 별다른 쇄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A : “침묵이 계속되면 대통령 눈치만 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도부 물갈이를 쇄신책으로 내놔도 감동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 ‘심복’을 보내면 그만 아닌가. 쇄신에서 중요한 건 국민의힘이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Q : 대통령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A : “우선 이번 선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겨우 기초단체장 선거 하나일 뿐’이란 태도는 안 된다. 국민이 가장 직관적으로 변화를 체감하는 게 ‘인사’다. 내년 총선이 오기 전에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를 통해 용산이 변했다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다.”

Q : 왜 어렵다고 보나.
A : “국정 2년차 지지도가 30%대 박스권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궐선거로 민심이 극명히 드러났다.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좋은 인재를 쓰고 싶으면 데려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인재가 거절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재 악순환의 고리’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고리를 깰 만한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Q : 윤 대통령은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A : “추상적인 언어로 보인다.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라는 게 어떤 계획인지 국민이 알아듣기 어렵다. 국정 1년차 때와 달리 이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나 행동을 보여줘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Q : 대안을 제시한다면.
A :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내치고, 시장 상인이든 누구든 터놓고 기탄없이 얘기해야 한다.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지지도가 30%인지’ 물어보면 밤을 새워서라도 답을 얘기해줄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어차피 레임덕이다. 더 시간적 여유도 없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과감하게 국민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Q : 여권이 변하지 않는다면.
A : “보수 정당만 망가지는 게 아니라 진보 정당도 망가지게 된다.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렸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되살아난 건 국민의힘 덕분 아닌가. 여야 모두 극단적 지지층 쪽으로만 달리니 일반 국민 입장에선 독약을 마시는 기분일 것이다.”
윤 대통령과 파평 윤씨 종친 사이이기도 한 윤 전 장관은 “여야 모두 이대로 극단 정치만 펼 경우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이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면 국정은 난맥으로 얽히게 된다”며 “이번 보궐선거가 보여준 민심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우선 변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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