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난임 부부들 고통 더 가혹해 대구행…임신 성공률 높여 부담 줄이는 게 최선책 [난임 부부의 눈물]

황건강 2023. 10. 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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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궁미경 대구차병원장은 지난 6일 “난임 병원이 가까워도 계속해서 방문하는 건 고충”이라며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지원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배아(胚芽) 이식의 신’. 궁미경 대구차병원장을 이렇게 부른다.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 근무할 때 얻은 별명이다. 체외 수정의 마지막 단계인 배아 이식은 담당 전문의의 숙련도가 중요한데, 궁 원장의 시술 성공률이 워낙 높아 ‘신’이 붙었다. 명성만큼이나 진료 예약도 몰린다. 그는 지난 6일에도 점심 시간을 미루고 진료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떠올랐다.

“너무 과분한 별명이죠.” 궁 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오후 1시를 넘긴 시계를 쳐다 보다가 다시 진료 기록에 몰입했다. 진료실 앞에 적힌 대기 인원은 19명. 한 사람당 10분씩만 잡아도 4시 이후에나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숫자다. 이런 ‘점저(점심 겸 저녁식사)’는 일상이다. 이날 궁 원장은 오후 8시까지 진료를 잡고 있었다. 인터뷰 시간만큼 난임 부부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며 그는 걱정했다. 지역 난임 현황과 지원 방안을 빨리 물어봤고, 궁 원장도 빨리 응했다. 그러나 난임 시술처럼 똑부러진 대답이었다. 속전속결 ‘틈새 인터뷰’였다.

Q : 진료 대기자가 매우 많다.
A : “서울에 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주로 시험관시술에 여러 번 실패한 난임 환자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한 건강한 아기 출산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 난임 병원과 동등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인근 난임 환자들에게 알려진 덕분이다.”

Q : 서울에서도 난임 명의로 통했는데 대구로 옮긴 이유는.
A :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에 근무하던 당시 지역에서 찾아온 난임 환자를 자주 봤다. 난임 시술을 받는 것만 해도 힘든 일인데, 여독(旅毒)과도 싸워야 하는 건 가혹하다 생각했다. 지방에도 서울역 센터와 같은 난임센터가 있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차광렬 차병원 연구소장(차병원 그룹 회장)이 대구 지역에 난임센터를 확장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거다 싶었다. 한주에 세 차례만 내려와 달라는 제안이었는데 아예 내려오겠다고 했다.”

Q :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A : “자녀들은 이미 다 장성해서 독립했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남편인 강인수 대구차병원 교수도 당시 서울역 난임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던 터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지방에도 서울역 난임센터와 같은 거점 난임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뜻이 일치했다. 남편은 지금도 함께 대구차병원에 근무 중이다.”
궁 원장은 지난 2021년 8월 대구로 내려와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확장 개소를 준비했다. 같은 해 11월 개소식에 맞춰 원장을 맡았다. 2년가량이 지난 지금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의 내원 환자수는 하루 평균 270명, 월간으로는 7000명가량이다. 대구 외에도 경북·경남 각지에서 찾아온 난임 내원자 비율은 40%가량으로, 영남 지역의 대표적인 난임센터로 꼽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Q : 저출산이 문제인데 대구는 어떤가.
A :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한쪽에선 저출산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원하는 난임 환자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절실함이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 병원에 와서 온종일 환자들과 만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난임 환자들을 보면 어떻게 임신을 도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건 서울 있을 때와 마찬가지라 대구라고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Q : 지방 난임 환자를 도울 방안은.
A : “일단 지자체별 지원 방안에 일률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의료계에 있는 입장이라 정책적인 측면을 자세히 고민하진 않았지만, 지자체별로 지원정책이 다르다는 건 체감하고 있다. 가령 동일한 진료를 받더라도 어디 사느냐에 따라 환자 본인 부담금에 차이가 발생한다. 정부 시책과 더불어 각 지자체에서 지원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맞춰야 하지 않을까.”

Q : 의학적으로 지원할 방안은.
A : “난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빠른 임신 성공이다. 난임 병원이 가까워졌다 해도 계속해서 방문하는 건 난임 환자들에게 고충이다. 비용과 시간 부담도 조금 줄어들 뿐이다. 난임 시술을 통한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지원 방안이란 얘기다. 더구나 난임 의학 분야도 최근 눈부시게 발전해 임신 성공률을 크게 높인 상태다. 착상전유전검사(PGT)가 대표적이다.”

Q : 착상전유전검사는 무엇인가.
A : “체외수정을 진행하기 위해 수정된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내 진행하는 유전검사다. 과거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태아의 유전병 가능성을 검사하곤 했는데, 이제는 고령의 난임 환자나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한 환자에게도 도움을 주는 수준이다. 착상전유전검사를 활용해 배아를 이식하기 전에 염색체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가장 건강한 배아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별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면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

Q : 구체적으로 얼마나 높아지나.
A : “확장 개소후 지난해 5월까지 대구차병원의 체외수정 사례를 분석해보면 착상전유전검사를 활용한 경우 임신 성공률이 61.8%에 달한다.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경우 임신 성공률에 비해 15%가량 높은 수치다. 더 고무적인 건 41세 이상 난임 환자의 임신 성공률도 60.5%에 달한다는 점이다. 난임 환자 입장에선 체외수정 시술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아직은 건강보험이나 정부·지자체 지원 대상이 아닌데, 체외수정 시술 횟수를 줄일 수 있다면 난임 치료비 지원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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