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사법리스크' 여전한 이재명, '무거운 민심' 대처는?
재판 등에 당무 차질 '사법리스크'...정권심판론에 민심 동의 아냐
보선 대승으로 비명 정리않지만 공천과정 '갈등' 불가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이 반색할 일은 아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대목에 대한 애기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고 현 민심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는 했다. 결과는 여야가 총력전을 펼쳐 끝에 거둔 민주당의 두 자릿수 득표율 차 ‘압승’으로 끝났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일 개표 중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를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한 대목도 워딩만으로는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이재명 대표의 처지에서 보면 일단 ‘구속 리스크’를 면하면서 이를 계기로 친정체제 강화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1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비명계를 몰아내려는 친명계와 개딸 등 강경 지지자들이 득세하는 분위기도 더욱 힘을 받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재평가된 만큼, 민주당이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까지 직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대표의 당무 복귀 후 첫 과제로는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를 등용하는 탕평보다는 현 친명 지도부를 공고하게 하는 기조 아래 인선을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표 행사로 '역적'으로까지 몰렸던 비명계 인사들은 더욱 진퇴양난에 빠졌다. 물론 이 대표는 최근 메시지를 통해 "보복 대신 단합" "당내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고 외쳤지만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를 향해 '가결표 색출' 등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라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 등의 당내 갈등 상황을 잠재우리라 믿는 이는 크게 없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공천 갈등은 수면위로 올라오면 언제든 내분으로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당의 내분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징계하거나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행태는 중도층에 큰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체포안 가결파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절차가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징계 수위에 따라 비명계의 집단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명계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친명계가 보선에서 대승했기에 당장 비명계를 정리하진 않겠지만 공천 과정에서 손보려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조 의원은 "(보선 승리로) 강성 지지층, 더민주전국혁신회의라고 하는 원외 그룹 그리고 단일 지도 체제, 이 세 축으로 더 가는 체제가 더 공고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령 친명계 중심으로 단결해서 일사불란하게 잘한다고 해서 총선 승리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기조를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이를 실천하면 총선 승리는 예측불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합법적으로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다양한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프리미엄’ 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국민들은 기억력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언행일치 여부를 다시한번 지켜볼 뿐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이재명 대표인 셈이다. 먼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시즌 2’부터 떠오른다. 현재 '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피고인 신분으로 2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검찰이 12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총 3건의 ‘법원 리스크’가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격주 재판 참석 등으로 당무에 차질이 당연하다. 이 대표 관련 수사는 줄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묵인했는지 등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수사팀을 재편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 이뤄졌던 ‘윤석열 검사 수사 무마 의혹’ 보도 관련 수사도 이 대표 주변을 향하고 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국민 절반 이상은 아직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본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해소됐다고 생각하는지’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3.1%가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32.4%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5%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리스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텃밭에서 벌어진 유리한 선거 결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민심이라거나 정권 심판론에 다수가 동의한 표심이라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로 보인다.
누구나 아는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단순히 "거짓말 하면 안 된다"는 교훈만을 전하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거짓말로 인해 공동체에서 의사소통의 기능이 사라져버리면 공동체 전체가 존립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의 거짓말이 정치적 담론으로 포장되고 정치 전반에 불신을 낳는다면 국민들의 외면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국민들은 이용당하지 않기 위한 현명한 방어기제로 정치불신을 생각한다. 이번 보선도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외쳤지만, 진짜 표심은 ‘정치 심판론’이라고 보는 정치학자들이 다수다. 총선을 향한 국민들의 냉철한 평가와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국내 정치사에서도 '승자의 저주'는 정치인의 거짓말에 이은 불신이 도화선이 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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