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녀', 편안함과 지루함 그 사이[TF씨네리뷰]

박지윤 2023. 10.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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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차정숙'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엄정화의 흥행 기운이 스크린으로 이어지지 못할 듯하다.

그의 열연은 화려하고 화사하지만, 작품 자체는 새롭지 않고 밋밋하다.

엄정화의 고군분투만 남은 '화사한 그녀'다.

지난 11일 스크린에 걸린 '화사한 그녀'(감독 이승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 분)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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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열연 무색해지는 밋밋한 작품…11일 개봉

11일 개봉한 '화사한 그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더팩트|박지윤 기자] '닥터 차정숙'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엄정화의 흥행 기운이 스크린으로 이어지지 못할 듯하다. 그의 열연은 화려하고 화사하지만, 작품 자체는 새롭지 않고 밋밋하다. 엄정화의 고군분투만 남은 '화사한 그녀'다.

지난 11일 스크린에 걸린 '화사한 그녀'(감독 이승준)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 분)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다. '스파이'(2013)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긴 이승준이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은 딸 주영과 호흡을 맞추며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지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영은 현장 밖에서 전자기기를 다루며 작전을 지시하고, 지혜는 이를 수행한다. 하지만 지혜는 점점 자신의 일을 돕는 것에 익숙해지는 딸이 걱정되고, 실력도 예전 같지 않아지자 일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한다.

엄정화는 늘 허탕만 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 작전꾼 지혜 역을 맡아 '오케이 마담' 이후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렇게 지혜는 자신의 친구이자 작전 브로커 조루즈(박호산 분)에게 문화재 밀매꾼인 기형(손병호 분)과 그의 아들 완규(송새벽 분)가 사는 저택 지하실에 600억 원어치의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듣는다. 큰 건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지혜는 완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완규의 이상형인 청순함과 섹시함을 겸비하면서 엄마 같은 포근함까지 갖춘 여자로 변신한 지혜는 그와 점점 가까워진다. 그동안 주영은 엄마를 쫓는 경찰 현우(김성식 분)와 가까워진다. 과연 지혜가 경찰의 수사를 피하고 완규의 집에 숨겨진 600억 원어치 금괴를 찾아낸 후 이를 훔쳐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JTBC '닥터 차정숙'부터 tvN '댄스가수 유랑단'까지 올 한해 대체불가한 활약을 펼친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2020)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코믹함과 액션, 감동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변장술로 팔색조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방민아는 엄정화와 친구 같은 모녀 '케미'를 선보이고, 송새벽은 SNS 관종꾼과 순정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특히 송새벽의 엉뚱미 가득한 코믹 연기는 코드만 맞으면 저항 없이 터질 듯하다. 여기에 손병호 박호산 김재화 등 다양한 꾼들이 등장해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송새벽, 방민아(왼쪽 위부터 차례 대로)는 엄정화와 다채로운 '케미'를 완성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다만 배우들의 열연이 무색하게도 작품은 지극히 무난하게만 흘러간다. 극을 이끈 엄정화의 말처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이것이 정말 장점이자 매력이 될지는 모르겠다. 주인공만이 가진 독특한 사기 기술도 없을뿐더러 600억 원을 손에 넣기까지 단 한 번의 반전이나 놀라운 설정도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엄정화와 방민아의 약한 모녀 서사가 교차 진행되다가 극 후반부 갑자기 신파 한 스푼을 뿌리며 억지 감동을 유발하는가 하면, 개그 코드 역시 예상 가능한 곳에 배치해 낮은 웃음 타율을 기록한다.

티켓 가격 인상으로 극장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중들은 여러 OTT 플랫폼을 통해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만큼, 새롭고 신선한 걸 원한다. 이에 감독을 비롯한 배우, 제작자들은 뻔한 작품을 내놓고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무작정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게 우선이다.

그런 지점에서 '화사한 그녀'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개봉 첫날 1만 311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한 '화사한 그녀'가 '30일'(감독 남대중), '화란'(감독 김창훈) 등 사이에서 반등을 꾀하고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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