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끝물'에 저축성보험 인기 시들…회계제도 부담도 '발목'
저축보험 매출 27% 떨어져
저축성보험 시장 역성장 시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저축보험 상품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생보사들이 지난해 연 5.9%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확보에 나섰으나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 등으로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축성보험 시장의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14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현재 2% 중후반대로 떨어졌다. 9개 생보사의 일반저축성(비변액) 거치식(5년 만기, 일시 수령) 상품의 공시이율은 최저 2.15%에서 최대 2.82%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시이율은 삼성생명(2.82%)이 가장 높았고 한화생명(2.75%), ABL생명(2.70%), NH농협생명(2.68%), 교보생명(2.65%), 동양생명(2.65%), 흥국생명(2.50%), 푸본현대생명(2.50%), KDB생명(2.15%) 순이다.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적립금에 부과되는 금리로 시중금리에 반영해 적용된다. 공시이율이 높을수록 가입자가 만기도래 후 수령하는 금액이 커진다. 올해 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 보험은 부채로 분류돼 보험사에 불리하게 적용한다. 이에 공시이율이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 인상했다. 이후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동결 결정을 통해 현재 연3.50%의 기준금리를 유지 중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기준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다가 물가 수준이 2%대로 안정화하는 하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을 확인한 뒤 후행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생보업계는 이전처럼 고금리의 저축성보험 상품을 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금리 하락과 IFRS17이 적용된 상황에서 저축성보험보다는 단기납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이 미래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정에 유리하다.
실제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판매로 거둔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1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1499억 원) 대비 약 30%가량 감소했다.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초회보험료를 월 단위 납입금액으로 환산한 보험료로, 보험사의 신계약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대다수다.
신계약 건수 역시 감소했다. 생명보험사가 방카 채널을 통해 계약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5만7344건에서 올 상반기 15만3552건으로 2.41% 감소했다. 특히 저축성보험 매출이 26.93% 감소하며 방카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은행 방카 채널 판매 상품 중 저축성 보험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저축성보험 시장의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일 열린 '2024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내년 보험산업 초회보험료가 저축성보험 중심으로 감소세 지속이 예상되나 감소 폭은 축소될 것"이라며 "저축성보험의 실적 둔화에도 보장성보험과 퇴직연금의 확대가 수입보험료 증가를 이끌겠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시장이 금리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시장 규모는 주력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저축성보험 시장은 금리 움직임에 따라 변화는 흐름이 있다. 앞으로도 금리 추이에 따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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