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국감 질의서 '훔쳐보기'…금기 깬 피감기관
이원욱 "청년 꿈을 꺾을 수는 없어…잘못 용서"
'민생 국감' 실종…中 비자 발급 기간 대폭 줄 전망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피감기관이 野 의원 질의서 훔쳐보기…'라이브'로 딱 걸렸다
-국정감사(국감) 첫 주차가 지났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고?
-지난 11일 외통위 국감에서는 남북하나재단 소속 직원 한 사람이 점심시간에 의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리에 놓여 있던 질의 자료를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됐어. 물론 이 의원 허락은 안 받았지. 직원 모습은 국감장 내 방송중계시스템으로 고스란히 송출됐고, 사실이 알려지자 오후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의원들은 문제를 제기했지.
-이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국회의원을 12년째 하고 있는데 피감기관이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의 자료를 훔쳐보는 것은 처음 봤다"며 "세상에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진다는 것에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어.
- 김태호 외통위원장도 남북하나재단 측에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진위를 파악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어.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국감장에서 "진위를 파악해 조처하겠다"며 사과했지.
-국회 보좌진들도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야. 타 상임위 소속 보좌진은 "아무리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보좌진도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종이에 메모하는 걸 살펴보는 것도 쉽게 못 하는 행동인데, 의원 자료를 피감기관이 들여다본다는 건 생전 처음 듣는다. 국회 금기를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어. 다른 보좌진도 "감사를 받으러 온 산하기관이 저런 짓을 한 게 이해가 도저히 안 간다. 기관 내 징계 조치는 물론이고 법적 처벌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어.
-일이 더 크게 번지진 않을 것으로 보여. 이 의원이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북하나재단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야. 이 의원은 징계를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이 입사하자마자 징계를 받게 되면 꿈을 버리고 좌절감으로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어른 세대가 청년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박혔어. 이로써 '훔쳐보기'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된 모양새야.
◆21대 마지막 국감...시작부터 고성·파행 '눈살'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며?
-맞아. 여야는 한목소리로 이번 국감을 '민생 국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0일 국방부를 상대로 국감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회의는 열리지도 못한 채 파행됐지. 야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하며 내건 피켓에 대해 여당이 반발하며 회의장 입장을 거부한 거야.
-여야가 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수 욕설'이 언급되면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졌어. 결국 국방위 국감은 열리지 못했고, 오는 17일에서야 시작될 전망이야. 다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해.
-몇몇 국감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는데?
-응. 같은 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국감을 시작했는데, 이른바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두고 충돌했어.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양평고속도로와 관련된 용역사의 BC분석 결과에 대해 "조작과 왜곡, 의혹투성이"라며 "국감 시작 전 장관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
-이에 김경재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순서"라며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왜곡과 조작이라는 건 '할 필요도 없는 국정감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어. 그러면서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고성도 오갔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환노위 국감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노동자를 때려잡는다"라고 말했어. 이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언제 때려잡았느냐"라며 언성을 높였고, 이 의원은 "예의를 지켜라"라고 응수하며 설전이 과열됐지.
-이번 국감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을 것 같네.
-여야 모두 국감 개최에 앞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언행은 삼가자고 다짐한 바 있어. 하지만 약속과 달리 시작부터 파행과 고성, 막말로 얼룩지는 모양새야. 국감 시즌은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계획인데 하루만이라도 생산성 높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야. 21대 국회가 마지막 국정감사 매듭을 잘 지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중국, 한국인에 비자 발급 문턱 낮춘다…대기 시간 대폭 줄까
-중국비자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거라는 얘기가 나오네?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1일 한중우호연합총회가 주한중국대사관, 중국외문국과 함께 개최한 '한·중 관계 발전 제언 세미나 및 월간 중국 창간 15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인들의 비자 신청 대기기간을 없애겠다"며 한·중 교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어. 싱 대사는 "앞으로 비자를 신청하면 대기 없이 받도록 하겠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양국 국민의 왕래를 위한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어.
-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있었지. 우리 정부도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와 내년 시 주석 방한 등을 목표로 중국과의 교류·소통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고. 비자 발급 시간 단축 조치 역시 한중 간 관계복원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몰랐네. '비자 신청 대기기간'이라는 게 있었던 거야?
- 만약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중국비자를 발급받고자 한다면 '중국비자센터'라는 곳을 이용하게 돼. 중국비자센터는 중국 공관의 허가를 받아 비자 신청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서비스기구야. 센터 웹사이트를 보면 "일반적으로 업무일 기준 나흘 이내에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가 완료된다"고 나와. 홈페이지에는 발급 기간에 따라 신청 종류가 보통·급행·특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보통은 3박 4일, 급행은 2박 3일, 특급은 1박 2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런데 여태까지는 업무일 기준 4일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었어. 센터를 방문하기 전 홈페이지를 통해 일종의 '예약'을 해야 했거든. 예약하면 언제 오라는 식의 안내가 뜬다고 해. 예약 후 실제로 센터에 방문해 비자를 신청하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바로 '신청 대기 기간'인 거지. 신청 대기 기간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비자 발급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줄어드는 셈이야.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중국 비자 발급 수요가 많을 때는 신청 대기기간이 7~10일까지 걸렸는데 최근 여러 조치를 통해 1~2일로 줄였다"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 줄여 예약 당일에도 비자센터에 방문해 비자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중국 비자 발급 속도가 빨라지면 중국 여행 수요도 높아질까?
-사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인 일본, 중국, 러시아 중 별도의 여행비자 발급이 필요한 나라는 중국뿐이야. 러시아와 일본은 무비자로 최대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어. 중국 비자 발급 비용도 비용이지만, 비자 발급 절차나 걸리는 시간 때문에 중국에 '급 여행'을 떠나는 데 불편한 건 사실이었어. 이런 부분을 중국 당국이 인식한 모양이야. 이 관계자는 "최근 양국의 인적 왕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비자 신청 시 기재해야 하는 서류 내용도 간소화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해 준비가 다 되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어.
-요새 한중관계가 조금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야. 최근 중국의 대규모 탈북민 북송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는 한중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해. 그러나 국가 간 관계와 상관없이 민간 교류 활성화 노력은 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국 당국의 빠른 조치를 기대해 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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