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돈 수십억 횡령 혐의’ 친형 재판…아버지 “형을 도둑 몰아”·모친 “아내가 가스라이팅” 주장[종합]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g,com

개그맨 박수홍의 개인 돈과 기획사 자금 등 수십억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진홍의 재판에 부모가 증인으로 나와 형을 감쌌다.

아버지 박모씨와 어머니 지모씨는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진홍 부부의 공판에 각각 검찰과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통장 등 개인 자산을 누가 관리했는지, 박진홍이 관여한 적이 있는지 등 혐의 사실에 관한 입장을 캐물었다. 박수홍 형은 연예계 생활 관리를 위해 운영한 기획사 자금을 빼돌리고 법인카드를 가족 등이 사적으로 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수홍 부친은 “박수홍의 개인 통장은 모두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박수홍 예·적금이나 펀드 가입 등 경우 박진홍이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박수홍과 의논한 것인지 묻자 부친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가족들의 통장을 모두 박진홍이 관리했느냐”는 질문에는 박수홍 개인 통장은 자신이 갖고 있고 박진홍은 못 봤다고 주장했다. 또 박수홍 통장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인출된 금액은 자신과 아내가 사용한 것이며 박진홍 부부가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정에 들어가며 입장을 밝히는 개그맨 박수홍 부모. 연합뉴스

검찰은 박진홍이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메디아붐 등에서 부친 명의 계좌에 주기적으로 돈이 입금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위를 캐물었다. 이에 부친은 박수홍의 비자금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비자금이 왜 필요한지 묻는 검사의 물음에는 박수홍이 교제하는 여성에게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해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법상 직계혈족과 동거 친족 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선 ‘친족상도례’라는 특례가 인정돼 처벌되지 않는다. 박수홍은 따로 가계를 꾸려 생활해온 형 부부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이어왔다.

박수홍 부친은 “30년이 넘도록 수홍이를 가사도우미처럼 케어했다. 그런데 우리를 ‘빨대’ 취급한다. 우리가 무슨 흡혈귀냐”며 “지금 와서 형을 도둑놈으로 모는데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에 있느냐”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친도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과 만나 ‘박수홍이 아내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수홍의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고도 했다.

박수홍 부모는 자신들이 박씨 형 회사인 메디아붐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마트 등에서 물품 구입에 사용한 경위에 대한 질문에는 ‘세금이 절감된다’는 자녀들 말에 따른 것이었다는 주장을 했다.

박진홍은 2011∼2021년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1인 기획사 법인 자금과 박수홍 개인 돈 61억7 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해 10월에 재판에 넘겨졌다. 형수 이모씨도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가 됐다.

이들은 2021년 박수홍의 고소로 법적 분쟁이 불거지자 출연료와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내 자신들 변호사 비용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