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정보]퇴직 공무원 수명, 소방관 가장 짧고 판검사 가장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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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은퇴한 공무원 가운데 평균 사망 연령이 가장 낮은 직군은 소방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74.7세다.
매년 연말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상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매되는 '몸짱 소방관' 달력에서 소방관은 젊음과 활력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흘러 은퇴한 소방관들은 다른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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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주요 9개 직군 가운데서도 소방직이 유독 사망 연령이 낮다. 판검사에 이어 지도직(81.7세) 교육직(81.6세) 기능직(79.3세) 연구직(79.1세) 경찰(78.8세) 일반직(78.3세) 공안직(78.1세)은 모두 78세 이상이다. 평균치인 79.7세와는 5년의 격차가 난다. 이 수치는 공무원연금 수급자 중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어서 전체 평균 수명과 꼭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방관이 더 빨리 세상을 떠난다는 경향성은 분명히 보여준다.
▷소방관의 수명이 짧은 건 수백 도의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가 난무하는 극한의 화재 현장과 무관치 않다.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에 들어갔다가 추락하거나 구조물이 붕괴될 위험도 크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불에 데고 부상을 입는 건 다반사”라고 덤덤히 얘기한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와 유해 화학물질도 소방관을 괴롭힌다. 이 같은 유독물질로 호흡기나 피부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론 암 같은 중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를 입증해 공상 처리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건 정신적 충격이다. 화마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긴장감은 무엇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여기에 자신의 삶도 온전할 수 없다는 두려움, 인명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 동료들의 사고 등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 24시간 주야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최근 10년간 자살한 소방관 수는 순직자의 3배에 달할 정도다. 전문 심리 상담이 필수지만 해당 인력은 소방관 600여 명당 1명꼴로 사실상 방치되는 수준이다.
▷밤새 화재 진압을 한 뒤 검게 그을린 얼굴을 닦지도 못하고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는 소방관의 모습이 인상적인 건 그 안에 그들의 애환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하루 평균 100여 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화재 대응은 물론이고 응급환자 이송, 위험에 빠진 시민 구출, 벌집 제거 등 생활 속의 온갖 긴급 민원을 묵묵히 처리한다. 그래서 공무원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가장 욕먹지 않는 직군으로 꼽힌다. 은퇴 후라도 더 오래 안락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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