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상준] 세븐일레븐이 한국에 주는 경고
인구감소에 성장한계, 이젠 생존 모색하는 상황
고령층 비중 日 초월 예상되는 韓, 준비는 됐나
이후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슈퍼인 이토요카도, 백화점인 소고와 세부를 가진 일본 최대 소매업 그룹이 되었다. 작년 결산에서는 사상 최대인 약 12조 엔의 매출을 보고했는데 소매업에서 10조 엔 이상의 매출이 보고된 것은 일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사상 최대 실적에도 그리고 최근의 일본 증시 활황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하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주가는 지난 20여 년간 80% 정도 올랐는데, 같은 기간 닛케이 평균주가가 150% 정도 상승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주가가 부진하니 외국인 주주들은 경영진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것은 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소매업의 3대 축인 편의점, 슈퍼, 백화점 중 흑자를 내는 곳은 편의점뿐이다. 슈퍼와 백화점에서는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은 편의점 영업, 그리고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 덕분인데, 엔저로 인해 엔화로 환산된 해외 매출이 과대하게 계상된 까닭도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본의 소매업 시장은 정점에 다다랐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편의점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편의점도 한계에 이를 것이다. 손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일손 부족으로 편의점의 상징과도 같았던 24시간 영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고 점주가 고령화되면서 후계자 문제도 골칫거리다.
최근 한국에서도 모 소매업 그룹이 실적 저하를 이유로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는데, 그 그룹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슈퍼의 점포 수를 대폭 줄이고 백화점은 미국 자산운용사에 매각했다. 그리고 어떤 혁신으로 편의점의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지 고심 중이다.
한국은 나라가 늙고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걱정과 염려만 많고 실질적 개혁에는 소극적이다. 얼마 전 외국인 육아 도우미의 도입 방안이 발표되자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는데,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금도 간병, 육아 보조 등의 서비스 종사자가 적어 힘든 사람이 많은데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가를 논할 때가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 우수한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을지를 논할 때다.
한국의 연금제도는 이미 파탄 지경이다. 일본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던 20년 전에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한국도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지만 지금의 한국은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20년 전의 일본보다 낮기 때문에 일본처럼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의 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도 연금 개혁에 관해서는 진척이 없다.
일본이 디지털 전환에서 뒤진 것도 어느 정도는 고령화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붐이 전 세계로 확산되던 바로 그때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일본의 고령 세대는 디지털 전환을 거부했다. 지금 한국의 고령 세대가 생성 인공지능(AI) 기능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당시 일본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의 고령 세대 비중이 일본보다 높아질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 게다가 젊은층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드는 사회가 최첨단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경이로운 성장으로 미국 모회사를 사버린 세븐일레븐이 이제는 생존을 염려하고 있다. 그 세븐일레븐이 한국 사회에 묻고 있다. 한국인 당신들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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