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치킨, 실은 공룡” 생물 분류하기 전에…‘생명’을 감각하라 [Books]
한국계 진화생물학자이자 뉴욕타임즈의 유명 과학 칼럼리스트 캐럴 계숙 윤이 출간한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이처럼 인간의 직관이 과학적 분류학과 상충하는 현상을 분석한다.
생물들에 인간의 방식대로 이름을 붙이고 종과 종을 경계 짓는 행위는 지식을 얻고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존 방식이었다. 인류는 명명과 분류를 통해 사물을 구분하고 경험을 축적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분류학은 인간의 감각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멀어졌다.
생명의 이름과 질서를 대다수 인간이 공유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생물의 분류는 최첨단 과학 장비를 갖춘 전문 학자들의 영역이 됐다. “우리는 생명의 분류와 명명을 전문가들에게 맡겨 버렸다. 그런 건 과학자들이 제일 잘 아는데, 그들은 이제 어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새들이 공룡이라는 소리까지 한다...우리가 뭐라고 그런 말에 토를 달겠는가?”
책은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문을 열었고, 스웨덴의 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기틀을 다진 분류학이 19세기 등장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만나며 패러다임이 역변을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윈이 분류학은 생명의 계통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생물의 분류는 진화적 관계의 계통과 가지들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저자는 ‘종의 기원’의 출간된 지 100여년이 지났고 생물학에서 과학 혁명이 일어났음에도 인간의 방식으로 생명체의 이름을 명명하는 분류학에 근본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분류학이야말로 진화론의 발견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분야이지만 다윈의 작업은 분류학의 작동방식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생물학에 폭발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낸 실험 과학의 혁명조차도 생명의 질서와 이름을 짓는 일을 바꿔놓는 데는 실패했다”
책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움벨트’다. 움벨트는 생명체가 자기 종의 특수한 감각 체계 따라 지각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개가 후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박쥐가 초음파를 통해 장애물을 파악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고유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이 고도화되면서 움벨트는 분류학에서 배제됐다. 생명에 대한 인간의 움벨트는 과학이 설명하는 세계와 일치하지 않았고 많은 경우 상충하는 것으로 보였다. 진화론이 처음 나왔을 때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은 생물체가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한다는 이론이 인간의 직관과 조화를 이루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과학이 승리를 거뒀고 비과학적이고 비진화론적인 시각에서 탈출했다. 움벨트의 폐기는 분류학이 진정으로 현대적인 과학으로 태어나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우리가 생명의 진화적 부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과학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일치하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생명에 대한 더 깊은 과학적 지식은 생명 세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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