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볼 데 없이 강인했다
축구대표팀, 튀니지에 4 대 0 완승…클린스만호 출범 뒤 첫 연승
이강인, A매치 데뷔골 포함 2골 맹활약…교체 투입 황의조도 골
개인기 의존, 감독 전술 역량엔 의문…‘부상’ 손흥민은 벤치 지켜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이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항저우 아시아게임 금메달의 주역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해결사로 나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이강인의 멀티골 활약 등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부임 후 5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영국 원정으로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이어 이날 홈경기까지 승리하며 2연승했다.
경기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월의 선수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손흥민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끝내 교체 선수로도 경기장을 밟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빼면서 조규성(25·미트윌란) 홀로 최전방에 세운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2선에는 황희찬(27·울버햄프턴), 이강인, 이재성(31·마인츠)을 내세웠다. 중원은 박용우(30·알아인)와 경기 전 허벅지 안쪽 근육 통증을 호소한 황인범(27·즈베즈다)을 대신해 홍현석(24·헨트)에게 맡겼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기제(32·수원), 김민재(27·바이에른 뮌헨), 정승현(29), 설영우(25·이상 울산)로 꾸렸다. 손흥민 대신 김민재가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전반전 침묵했던 대표팀은 후반 9분 이강인의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득점에 물꼬를 텄다. 오른쪽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침투하다 반칙을 얻어낸 이강인은 수비 벽을 넘기는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다. 3분 뒤에는 상대 수비가 공중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것을 박스 안에서 잡아챈 뒤 왼발 터닝슛으로 추가 골까지 넣었다.
과감한 돌파로 쐐기 골에도 기여했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수 3명을 제치는 드리블로 박스까지 진입한 뒤 코너킥을 만들어 냈고, 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으로 향했다.
이강인과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한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도 후반 23분 황희찬을 대신해 들어가 왼쪽 측면을 휘저었다. 정우영과 같이 교체 투입된 황의조(31·노리치)까지 수비 뒷공간을 침투한 뒤 차분한 마무리로 골망을 흔들면서 4-0 대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MVP로 꼽힌 이강인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다. 앞으로 골을 넣지 못하고, 어시스트를 기록하지 못해도 팀이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렸다. 상대의 강한 몸싸움과 조직적인 압박에 고전하면서 전반에는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약속된 움직임 대신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많이 보였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순식간에 상대 선수 2~3명에 에워싸였다. 첫 슈팅은 전반 21분 만에 나왔다. 이후 중거리 슈팅과 측면에서 일대일 돌파로 기회를 엿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양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도 날카롭지 못했다.
전반 막판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 역습 횟수만 늘어났다. 부진한 경기력을 말해주듯 전반전 기대 득점값은 0.11골에 그쳤다. 대승에도 클린스만호가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대표팀은 17일 베트남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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