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기와집·철도·장독대… 일상 속 다양한 공간의 ‘현대 유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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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주택'은 지금은 다소 낯설지만, 1980년대는 한국에서 널리 쓰였다.
서양식 주택, 양옥을 이르는 말인데, 농촌 지역에서는 농촌주택이나 새마을 주택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7년 한국주택은행이 서울·인천 등 2000명을 조사한 결과 96%가 '현대식 문화주택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현대 한국의 도시는 골목길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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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2/김시덕/북트리거/1만8500원·1만7500원
‘문화주택’은 지금은 다소 낯설지만, 1980년대는 한국에서 널리 쓰였다. 서양식 주택, 양옥을 이르는 말인데, 농촌 지역에서는 농촌주택이나 새마을 주택으로 불리기도 했다. 문화주택이 들어선 것은 1930년 무렵부터. 식민지 시기엔 상류계급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영광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1977년 한국주택은행이 서울·인천 등 2000명을 조사한 결과 96%가 ‘현대식 문화주택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쇠락도 빨랐다. 1970년대 서울 용산 이촌동 한강맨션과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필두로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이 잇달아 건설되며 아파트에 그 아성을 빼앗긴 것이다.
저자는 장소마다 남겨져 있는 ‘시대의 기억’을 소환한다. 대전역 동쪽과 서쪽을 비교하며 철도역 동쪽 주변 핫 플레이스와 서쪽 지역 여인숙·쪽방촌 거리를 살피고, 부산 해운대 재반로를 걸으며 베트남 전쟁 난민 ‘월남민’의 삶도 되새긴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문명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농민 대 어민·화전민, 도시 대 농촌 등 집단 간 갈등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공업 도시 울산의 망향비나 ‘도농복합도시’ 세종 등 헐린 자리는 새로운 기억이 덮었다.
치솟는 부동산값에 재건축과 재개발, 신도시 개발이 모두의 이익처럼 부풀려졌지만, 현대화하고 확장하는 도시를 위해 많은 마을은 자리를 내어주고 고향 사람이 강제 이주당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비어있는 과거 금천경찰서 자리와 대방역과 영등포구치소, 보라매공원 인근은 1970년대 민주 노동운동의 상징과 같은 ‘원풍모방 노동조합원’의 활동을 머금은, 그러나 지금은 그 기억을 밀어낸 지역들이다. 저자는 재개발을 위해 지금은 빈 땅 상태인 방배 5구역, 방배 6구역 등에서 벌어진 ‘저항’ 흔적도 기록한다.
전북 남원과 경북 경주 등 한센인 정착촌과 경기 파주·동두천 등의 미군 위안부 기지촌의 역사는 현대사가 저지른 차별과 폭력을 생생히 증언한다.
책은 버려진 것과 잊혀 가는 것, 그리고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을 내세운다. 저자가 전국을 누비며 직접 찍은 풍부한 사진 자료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주요 답사지를 구글 지도에서 볼 수 있도록 QR 코드를 배치해 독자가 현장을 실제 답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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