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민성악가’ 된 한국인…종신직 내려놓고 고국 온 까닭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0. 13. 22:03
서울대 음대 부임한 사무엘 윤 교수
“고국 후학 키우려 유럽 무대 접었죠”
이달 29일 국제데뷔 25주년 공연
“고국 후학 키우려 유럽 무대 접었죠”
이달 29일 국제데뷔 25주년 공연
성악가가 성악만으로 밥벌이를 하는 건 기적에 가깝다. 엄청난 실력과 노력, 행운이 따라도 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적고 좁다. 사무엘 윤(51)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성악가다. 1998년 이탈리아 토티 달 몬테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 무대를 누볐고,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의 종신 가수로 만 65세까지 자리와 수입을 보장받았었다. 그런데 그걸 스스로 내려놓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올해 국제 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은 그는 13일 서울 포니정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계획을 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며 “한국과 모교를 택한 이유는 딱 하나 ‘항상 쓰임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50세가 넘으니 남들 앞에서 화려하게 돋보이는 게 정말 의미있는 삶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노래를 잘했던 가수도 아니거든요. 지난해 독일 ‘궁정가수’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받았는데, 인생에서 참 과분한 일이에요. 그 감사함을 갚아야겠단 생각을 계속 하던 차에 서울대가 길을 열어줬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이달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프롬 다크니스 투 라이트’(From Darkness To Light)는 그 시도의 서막과도 같다. 1부는 슈베르트 ‘도플갱어’ ‘마왕’, 브람스 ‘다시 네게 가지 않으리’ 등 가곡 7곡으로 채운다. “가곡은 정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오히려 오페라 아리아보다 극적일 때도 많아요. 가곡이 가진 심오한 뜻을 내적으로만 소화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표출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중간에 박수도 못 칠 정도로 집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에게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란 찬사를 안긴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서곡, 공식적인 데뷔작인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당신은 잠들려고 하지만’ 등도 2부에서 부른다. 사무엘 윤은 2012년 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해당 작품의 주역에 대타로 올랐다가 완벽한 무대를 소화하며 세계적 성악가로 입지를 다진 바 있다.
그는 한국 오페라와 클래식의 ‘길잡이’를 자처했다. “관중과 공유하지 않는 음악엔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무대 현장을 중심으로 클래식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그는 바르토크 오페라 ‘푸른 수염 영주의 성’ 등을 언급하며 “정말 좋은데도 한국에선 자주 보기 힘든 오페라가 많다. 다양한 공연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국내외 성악뿐 아니라 기획자로서도 준비 중인 공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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