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놀 곳이 없어요”…‘공공 놀이터’도 사라진다
[앵커]
선선한 가을,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기 좋은 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놀이터는 아파트 안에만 있어서 아파트에 안 살면 놀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위험한 골목길로 내몰린 아이들을 먼저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계절, 가을입니다.
[김하연/초등학교 3학년 : "딱 1분만 놀 수 있을때도 나가서 논 다음에 들어올 수 있어요!"]
하지만 매일 어디서 놀 지가 고민입니다.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이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근 아파트 놀이터에 갔다가는 이내 쫓겨나곤 합니다.
[박은경/초등학교 3학년 : "술래잡기하고 놀고 있는데 왜 여기 아파트 주민도 아닌데 여기서 노냐고."]
[엄진우/초등학교 5학년 : "아파트에 들어가면 주민 분들이 여기 사냐고 계속 물어봐서 눈치 주고."]
서울에 사는 어린이는 73만여 명.
어린이공원 같은 공공놀이터는 천6백여 개뿐입니다.
구에 따라 적게는 어린이 250여 명, 많게는 730여 명당 하나 꼴입니다.
저는 지금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의 한 어린이 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이 근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 몇이나 더 있을까요?
축구장 쉰 개 정도 크기에 달하는 36만㎡ 내엔 이곳 한 군데가 유일합니다.
결국 아이들이 선택한 곳은 골목길입니다.
[박은경/초등학교 3학년 : "이런 사람들 없는 골목에서 수다 떨고 놀아요."]
[김하연/초등학교 3학년 : "아니면 문구점 앞에서 간식 사 먹으면서 얘기도 할 때도 있고요."]
차가 달리는 도로 옆에서 공을 차고.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오토바이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놉니다.
[나지순/서울 영등포구 : "도로에 통행량이 많잖아요. 애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안되니까."]
실제로 이면도로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차에 치여 크게 다친 아이도 있었습니다.
[은석/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교수 : "주거 지역이 어디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현행법 상 놀이터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 곳은 '150세대 이상 아파트'뿐.
최근 10년 간 새로 만들어진 놀이터 3분의 2가 아파트에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앵커]
맘편히 놀 수 있는 공공 놀이터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도 코로나19 뒤에 문을 걸어 잠근 곳이 많습니다.
이어서 신현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방과 후 아이들로 가득 찬 놀이터, 주택 밀집 지역인 이 동네에 유일한 어린이 공원입니다
[윤승희/초등학교 4학년 : "친구들이랑 놀 때 있는데 술래잡기나 달팽이 그런 거 하고 놀아요."]
그런데 이 공원이 곧 없어집니다.
지자체가 올 연말, 이곳에 3층짜리 주차타워를 세우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송명희/초등학생 부모 : "오히려 더 만들어 줘야 되는 상황에서 지금 놀이터를 없앤다고 하는 게 너무 어이가 없고요."]
공공 놀이터는 의무 설치 규정 같은 게 없다보니 만들 필요는 없지만 없애기는 쉽습니다.
[수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항상 주차 문제가 있으니까 1년 넘게 숙원 사업인 거예요."]
최근 4년 새 전국의 공공 놀이터 면적은 132만 ㎡가 줄어 축구장 188개가 사라졌습니다.
현재 어린이 한 명당 공공 놀이터 면적은 4.94㎡, 1.5평이 채 되지 않는데 이 엘리베이터만큼 좁습니다.
그나마 마음 편하게 놀던 학교 운동장마저 문을 잠근 곳이 많습니다.
수업 후 텅빈 운동장이지만, 공놀이도 하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보안관 : "(공놀이 아예 안돼요?) 별도 조치 시까지 앞으로..."]
코로나19 당시 운동장 폐쇄 조치가 유지되는 겁니다.
[김지호/초등학교 5학년 : "운동장에서 형들이랑 누나들이랑 나가서 축구했거든요. 예전에 운동장 쓸 수 있을 때가 더 좋았던거 같아요."]
교육청은 지속적으로 운동장 개방을 권고 중이라고 밝혔지만, 서울 시내 학교 약 25%는 학교장 권한으로 여전히 폐쇄된 상태입니다.
[김명순/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 "공공 놀이터 숫자 자체가 아동 수 대비 너무 적은 거예요. 설치를 의무화 해야 된다라고 하는 법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요."]
놀 시간뿐 아니라 놀 장소마저 부족한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6.57점, OECD 최하위권입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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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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