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 배송’ 하청 노동자 숨진 채 발견…머리 맡엔 택배 상자
[앵커]
"다시는 과로사가 없도록".
어제(12일)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선 한 청년 노동자를 위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고 장덕준 씨, 밤샘 노동을 반복하다 3년 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과로사로 숨졌다는 판정까지 나왔지만 쿠팡은 이후로도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오늘(13일) 새벽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쿠팡 하청업체에 소속된 60대 택배기사입니다.
하루 열한 시간 가까이, 주로 새벽 시간에 일했던 거로 파악됐고 숨진 노동자의 곁에는 택배 상자 세 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이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깜깜한 새벽, 대형 화물 트럭 뒤로 구급차 한 대가 서 있고, 경찰이 건물 앞을 분주히 오갑니다.
오늘 새벽 4시 45분쯤,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이곳에 쓰러져 있던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숨진 남성은 60대 택배기사 박 모 씨.
발견 당시 주변엔 쿠팡 상자 3개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 택배기사 : "남일 같지 않죠. 지역마다 다른데 이쪽이 조금 힘들어요."]
박 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계약한 물류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 신분입니다.
약 1년 간 일했는데 수수료는 건당 받았고, 근무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새벽배송 담당이었습니다.
박 씨 앞으로 기록된 근로 시간은 주 52시간 정도, 다만 산업재해 발생 시 심야 노동은 30% 가산하라는 게 노동부 고시여서, 실제 노동 강도는 주 67시간 이상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권동희/노무사 : "새벽에 일을 했으면 훨씬 더 (업무 시간이) 늘어날 수 있죠. 시간에 쫓기는 그런 압박 업무 등등 하면 육체적 강도는 너무 높으니까…."]
택배노조는 박 씨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쿠팡에 개선책을 촉구했습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위원장 : "주간 12시간, 야간 10시간 풀가동하는 시스템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 피로가 축적 돼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쿠팡 측은 숨진 박 씨는 쿠팡 직원이 아니라 물류 대리점의 개인 사업자이고, 배송 물량은 통상 수준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 씨의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 김태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박미주
[앵커]
이처럼 새벽 배송까지 할 정도로 빠른 배송을 자랑하는 쿠팡에서 유독 느린 게 있습니다.
물건을 공급한 소상공인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해 줄때인데요.
정산이 늦어져 생기는 부담은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의 몫이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쿠팡을 통해 음료수나 통조림을 파는 이 식료품 도매업체는 늘 대금 정산이 걱정입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쿠팡이 판매 대금을 너무 늦게 정산해주기 때문입니다.
수수료 11%를 뗀 정산금은 판매로부터 약 한 달이 넘게 지나야 통장에 들어오는데, 이때도 전체 금액의 70% 정도만 입금됩니다.
다음 물건 떼올 돈이 쪼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식료품 업체 대표 A 씨 : "무조건 현금을 입금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이 그때그때 지급이 안 되면 저희가 매입을 못 하는 거죠."]
이 업체는 결국 3년 전부터 은행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았다는 매출 서류를 담보로 잡고 은행에서 그만큼의 돈을 먼저 대출받고, 은행은 플랫폼으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는 구조입니다.
정산만 제때 해줬어도 낼 필요 없는 이자를 내가면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김종민/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 "플랫폼 입점 업체라는 게 대부분이 중소상인들이잖아요. 이분들이 불공정하게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되게 억울한 상황이다…"]
게다가 판매 시점이 아닌 '소비자 구매 확정'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길게는 두 달 넘게 정산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쿠팡 측은 최대 정산 기한을 60일로 하는 현행법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연내로 선불정산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대출은 KB국민은행에서만 한해 6천억 원 수준.
플랫폼이 더 신속하게 소상공인에게 판매대금을 정산하게 하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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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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