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요금 올려도 적자 수렁”…영업흑자 나도 답없다는 한전 왜
◆ 위기의 전력망 ◆
13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한 증권사와 함께 한전의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라 재무 상황을 분석해본 결과 전기료 25.9원 추가 인상(올해 최종 47원 인상) 시 한전의 연간 전력 판매단가는 종전 킬로와트시(kWh)당 151.3원에서 155.4원으로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전기요금 25.9원 인상은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이 제시한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최소 인상분’이다.
다만 한전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매년 진행하는 설비투자의 올해 증권가 컨센서스는 13조7954억원으로 이미 EBITDA를 크게 넘어선다. 여기에 채권 과다 발행으로 인한 이자 지급으로 5조1229억원의 순금융손실이 발생한다. 4분기 한전채 만기 물량(6600억원)의 차환까지 고려하면 한전은 전기요금을 최소한으로 인상하더라도 연간 11조원의 부족 자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초 산업부가 제시한 대로 전기요금을 30.5원 추가 올리더라도(올해 최종 51.6원 인상) EBITDA는 4000억원 증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에도 부족 자금 규모는 11조원이다. 연초 선제적 전기요금 인상 타이밍을 계속 미루면서 이익을 개선해나갈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의 자금 조달 방안 중 금융권 차입, 사채 발행, 전기요금 인상, 유상증자 순으로 난이도가 높아진다. 유상증자의 경우 유통주식 수 증가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 및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현실 가능성이 낮다. 전기요금 인상도 민생 경제를 고려해 시장 논리대로 마음껏 올릴 수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전의 사채발행한도가 추가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에너지 관련 애널리스트는 “올해 영업실적 기준으로 사채발행한도를 넘는지, 안 넘는지가 1차 허들”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텐데, 만약 한도를 초과한다면 내년 초 사채발행한도 배수를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작년 한전의 자본금 및 적립금 합계(약 20조9200억원)의 5배인 104조6000억원이다. 문제는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올 상반기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14조8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발행 한도는 75조원이 되는데, 현재 시중에 풀린 한전채 발행잔액만 약 68조원이다.
만약 사채발행한도 상향이 현실화하고, 한전채 물량이 시중에 풀리게 되면 지난해 말과 같은 자금시장 교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한전채는 사실상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인 만큼 손실 우려가 거의 없고,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선 표면금리 또한 높게 발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엔 한전채 발행금리가 5.99%까지 오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어떤 대책도 무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 경영혁신 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하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역마진 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계속돼 부채의 이자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진다는 설명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은 필수”라며 “그 외의 방법은 변죽을 울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누적된 한전 부채는 한전의 능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시점 또한 마지노선이 있다. 이를 넘기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을 경우 돌아오는 피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가격 정상화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며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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