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하청노동자, 빌라 복도서 숨져
경기 군포에서 새벽배송 중이던 쿠팡 하청업체 배달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국택배노조는 과로사를 주장하며 장시간 노동을 낳는 쿠팡 배송 시스템을 비판했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13일 오전 4시44분쯤 군포시 산본동의 한 빌라 4층 복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배달기사인 6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이날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A씨 옆에는 쿠팡 글귀가 적힌 종이상자와 보랭팩 등 쿠팡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쿠팡 하청업체에서 1년간 근무해온 A씨는 지난 12일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심야 근무가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시신의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A씨에게 외상 등은 없었다”며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리점과 위탁 계약한 물류업체 소속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택배노조는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로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100시간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A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회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죽음이 과로에 따른 사망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며 “만약 이번 사건이 과로사로 판명된다면 예견된 참사”라고 말했다.
A씨는 그간 주 평균 52시간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노조는 “산재와 관련해 근무시간을 산정할 경우 심야배송의 경우 1.3배를 할증하도록 돼 있다”며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주 46시간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쿠팡 근로자가 아님에도 택배노조는 마치 당사 소속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처럼 허위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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