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5강 탈락 대위기…'6이닝 9K·12승' 곽빈 폼 미쳤다, 미러클두산 가자![잠실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2연승을 달리면서 막판 뒤집기로 5강 진입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의 기세를 꺾어놨다.
두산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3-1로 이겼다. 5위 두산은 시즌 성적 73승65패2무를 기록하면서 3위 쟁탈전을 이어 갔다. 두산은 올해 KIA에 상대전적 12승4패로 크게 앞서면서 마무리했다.
6위 KIA는 시즌 성적 71승69패2무를 기록해 두산과 3경기차까지 벌어졌다. KIA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73승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가을야구 도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 KIA는 오는 16일과 17일 광주에서 NC와 마지막 2경기를 치르는데, 16일이 오기 전까지 3위 쟁탈전을 치르는 SSG 랜더스와 NC, 두산이 74승 이상을 거두면 KIA의 5강 탈락이 확정된다.
# 선발 라인업
두산: 정수빈(중견수)-조수행(우익수)-호세 로하스(지명타자)-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인태(좌익수)-강승호(2루수)-김재호(유격수)-허경민(3루수). 선발투수 곽빈.
KIA: 김도영(3루수)-고종욱(지명타자)-김선빈(2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우익수)-이우성(좌익수)-김태군(포수)-변우혁(1루수)-김호령(중견수)-김규성(유격수). 선발투수 김건국.
# 내일 없는 두산-KIA 사령탑들, 총력전 선언
이승엽 두산 감독과 김종국 KIA 감독은 이날 나란히 총력전을 선언했다. 두산은 3위 쟁탈전을 위해 가능한 많은 승리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고, KIA는 5강 희망을 이어 가기 위해서 반드시 이날 승리를 챙겨야 했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투수 곽빈의 준비 상황과 관련해 "곽빈은 구위만 좋으면 (투구 이닝 제한 없이) 계속 던진다. 경기를 준비할 때 아주 미세하게는 증상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경기에서 못 던지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충분히 빈이에게 맞춘 날이 오늘(13일)이다. 빈이가 오늘은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에 맞춰 경기를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규시즌 마지막 8연전 가운데 2번을 지고 어제(12일 NC전 11-1 승) 한번 이겼다. 매 경기 하루하루가 중요하다. 어제 (박)치국이와 (홍)건희가 던졌지만, (김)강률이와 (정)철원이, (김)명신이도 아꼈다. 빈이가 많이 던지면서 타선이 터지면 좋을 것 같다. 빈이가 긴 이닝만 끌어주면 상대팀과 비교해 약하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국 감독은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면서 해왔다. 우리는 내일이 없다. 오늘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선수 전원을 가동하려 한다. 불펜도 전원 다 언제든 빨리 몸을 풀 수 있게 준비시키려 한다. 부담은 두산이 더 있을 것 같다. 두산은 내일도 모레도 있지만, 우리는 내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 김건국에게 기대를 걸었다. 김 감독은 "(김)건국이가 최근 LG전과 NC전 투구 내용이 좋았고, 선발 경험이 많다. 김건국이 그래도 경험이 많은 선수라 (황)동하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팀을 구해주길 바랐다.
# 담 때문에 울었던 곽빈…에이스의 귀환 알렸다
곽빈은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공 하나도 던지지 못한 채 돌아온 아쉬움을 잠실 마운드에서 풀었다. 곽빈은 류중일 한국 감독이 문동주(한화)와 함께 에이스로 낙점할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는데, 지난 1일 홍콩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등에 담 증세가 생기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 곽빈은 동료들 덕분에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으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곽빈은 지난달 18일 광주 KIA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선 마운드에서 자기 기량을 200% 발휘했다. 6이닝 109구 2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2승(7패)째를 챙겼다. 올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KIA 타자들이 곽빈의 슬라이더에 연신 헛스윙하자 슬라이더를 집요하게 많이 활용했다. 슬라이더만 54개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41개에 이를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직구(35개)와 커브(12개), 체인지업(8개)도 섞었다. 담 증세 여파인지 직구 최고 구속은 152㎞, 평균 구속은 146㎞로 평소와 비교해 구위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슬라이더로 헤쳐 나갔다.
곽빈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1회초 2사 후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소크라테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2회초에도 역시나 2사 후에 변우혁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폭투로 2루까지 허용했는데 김호령을 루킹 삼진으로 잡으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3회초에는 이날 처음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 김선빈을 중견수 오른쪽 안타로 내보내면서 실점했다.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 타석 때는 1루주자 김선빈을 견제하려다 송구 실책을 저질러 무사 2루가 됐고, 소크라테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3루가 됐다. 이우성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3-1로 쫓기긴 했지만, 후속타를 내주지 않으면서 고비를 넘겼다.
실점 이후로는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5회초와 6회초 2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면서 삼진 4개를 잡았다. 삼진 하나만 더 잡았더라면 올 시즌 3번째 10탈삼진 경기를 기록할 수 있었는데, 7회초를 앞두고 홍건희와 교체됐다.
# 절정의 타격감 로하스…퇴출했으면 어쩔 뻔했나
로하스는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며 이틀 연속 두산에 큰 힘을 보탰다. 두산이 3회말 대거 3점을 뽑으면서 승기를 잡을 때 로하스가 중심에 서 있었다. 3회말 2사 후에 허경민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KIA 선발투수 김건국을 흔들었고, 정수빈이 중전 안타를 날려 2사 1, 2루 기회로 연결했다.
다음 조수행 타석 때 행운이 따랐다. 조수행의 타구가 KIA 2루수 김선빈에게 향하면서 땅볼 또는 직선타가 되나 싶었는데, 타구가 김선빈의 손에 맞고 굴절되면서 우익선상 쪽으로 굴러갔다. 그사이 2루주자 허경민이 득점해 1-0 선취점을 뽑았고, 2사 1, 3루 상황으로 이어졌다.
로하스는 흔들리는 김건국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우익수 오른쪽 깊이 굴러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면서 순식간에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김건국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강력한 한 방이었다.
로하스는 12일 잠실 NC전에서도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1-1 대승에 기여했다. 홈런과 번트 안타, 3루타를 치면서 히트 포더 사이클까지 2루타만 남겨뒀는데, 끝내 2루타를 치지 못해 진기록 작성에는 실패했다.
전반기만 해도 타율 1할대에 머물며 퇴출 위기에 놓였던 로하스지만, KBO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후반기부터 자기 몫을 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두산이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도록 중요할 때마다 결정타를 날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
# 예고대로 불펜 총력전 펼쳤던 KIA,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KIA는 김종국 감독이 예고한 대로 불펜 총력전을 펼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했다. 선발투수 김건국은 시작과 함께 8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하면서 호투를 기대하게 했는데, 3회말 2사 후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로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2⅔이닝 3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3실점에 그치면서 시즌 첫패를 떠안았다.
KIA 불펜들은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박준표(1⅔이닝)-윤중현(⅓이닝)-김대유(1이닝)-임기영(1⅔이닝)-장현식(1이닝)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면서 잠깐 달아올랐던 두산 타선을 잘 묶어뒀다.
그사이 타선이 반격에 나서야 했는데, 곽빈에게 한 점을 뺏은 뒤로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두산은 7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했는데, 홍건희(1이닝)-김명신(1이닝)-김강률(1이닝)까지 역시나 무실점으로 버텼다. 게다가 두산은 최근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마무리투수 정철원까지 아끼며 거둔 승리라 더 의미가 있었다. 김강률은 올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2022년 5월 4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527일 만에 챙긴 세이브다.
# 승장 코멘트
이승엽 감독은 경기 뒤 "선발 곽빈이 좋은 투구를 해줬다. 포수 양의지가 노련하게 볼 배합을 하면서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불펜 투수들도 제 몫을 다했다. 홍건희, 김명신, 김강률이 1이닝씩을 책임져 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야수들의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다. 3회 2사 후 허경민이 끈질기게 볼카운트 싸움을 하며 볼넷을 얻어냈고 정수빈, 조수행, 로하스의 귀중한 연속 안타가 나왔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는데 팬들의 응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 부상자 정리
-허경민은 오른쪽 허벅지가 타이트해 보호 차원에서 7회초 수비를 앞두고 박준영과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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